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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기업들 “한국 기술력 매력… FTA 계기로 투자 확대”

입력 | 2016-02-01 03:00:00

베이징-상하이 한국투자설명회 성황




1월 27일 중국 상하이 힐턴호텔에서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계기로 중국의 한국 투자를 늘리기 위한 투자설명회가 열렸다. 설명회장을 찾은 중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기업들과 일대일 상담을 하고 있다. 상하이=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한국의 기술력, 중국의 자본력을 더해 아시아 최고의 의료기관을 만들 겁니다.”

2014년 약 50조 원의 매출을 올린 중국 최대 가전유통업체 쑤닝(蘇寧)그룹은 올해 한국 투자를 통해 새로운 사업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쑤닝그룹은 지난해 한국의 애니메이션 제작사 레드로버와 FNC엔터테인먼트의 지분을 인수했고 서울아산병원, BK성형외과 등과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올해에는 BK성형외과 및 아이디병원과 합작으로 중국에 성형·미용 전문 의료기관을 세울 계획이다.

쑤닝그룹의 자회사인 쑤닝유니버설의 제이슨 부총재는 “한 해에 한국으로 성형수술을 받으러 가는 중국인이 6만 명에 이른다”며 “한국 의료기술의 우월성은 익히 알려진 데다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문화를 공유하는 만큼 투자를 통한 시너지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미 지난해 서울 압구정동 일대를 수차례 시찰하며 사업성 검토도 끝냈다. 그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투자 기회가 많아진 만큼 올해에는 한국에 대한 투자 규모를 획기적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중국에서 올해 첫 해외 투자설명회를 개최했다. 지난달 25일부터 28일까지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잇따라 열린 설명회에는 중국 정부 관계자와 안방(安邦)보험, 쑤닝그룹, 광밍(光明)식품 등 중국 대형 기업들이 대거 참여해 한중 FTA 발효에 따른 한국의 투자 환경 변화를 점검하고 투자 대상을 찾아 나섰다.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기업들도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오른 한국 기업을 알리는 데 열을 올렸다.

27일(현지 시간) 상하이 힐튼호텔에서 열린 투자설명회에서 김영삼 산업부 투자정책관은 “한중 FTA를 계기로 중국 기업들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75%에 달하는 국가들과 FTA를 맺고 있는 한국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며 “중국 기업이 한국에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올해 중국 기업의 투자를 25억 달러 이상 유치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19억7800만 달러)보다 25% 이상 늘어난 것이다. 정부는 한국의 화장품 식품 등 고급 소비재와 바이오·의료산업 등을 유망한 투자 분야로 소개했다.

이날 투자설명회 이후에는 한국 기업들이 직접 중국 투자자와 일대일 투자 상담을 가졌다. 반려동물을 위한 자동 급식장치를 들고 나온 한국 기업을 찾은 중국 보안업체 화타이 시큐리티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은 뛰어난 기술을 갖추고 있어 관심이 높다”며 “중국에서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어 한국 투자를 통해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차이나머니를 한국에 끌어오는 한편 중국 내수시장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한중 FTA를 활용해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도 논의됐다. 28일 상하이 셰러턴호텔에서 열린 ‘한중 FTA 시대 비즈니스 기회’ 토론회에서는 소비재 중심의 사업을 늘리고, 중국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로 현지 유통망을 구축하는 방안 등이 해법으로 제시됐다. 이문형 산업연구원 북경지원장은 “중국 기업으로부터 한 차례 투자를 받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지분 제휴를 통해 한식구가 돼야 중국 내수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허시유(何喜有) 상하이 푸단대 교수는 노인을 대상으로 한 헬스케어 서비스와 육아용품 제조업을 중국 시장에서 통할 유망산업으로 꼽았다. 허 교수는 “한국은 중국과 유교문화를 공유하고 있고 의료 기술이 발전한 만큼, 최근 고령화가 점차 진행되고 있는 중국에서 요양 및 실버산업에 진출한다면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올해부터 중국에서 2자녀가 허용돼 육아용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조언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국 기업들은 중국에서 사업을 하며 겪는 애로사항을 쏟아냈다. 특히 검역 등 비관세 장벽이 높다는 의견이 많았다. 구경룡 대우인터내셔널 상하이법인 총경리는 “최근 홍콩을 통해 한우를 중국에 수출하려 했는데, 중국 당국의 검역 문제에 부닥쳤다”며 “똑같은 상품도 검역을 받는 곳에 따라 합격 불합격이 갈리는데, 중국 검역기준이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정부 차원의 지원을 부탁했다. 또 “검역 불합격에 따라 손실이 예상되면 수출을 꺼릴 수밖에 없다”며 “이런 경우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대기업도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인 코스맥스 양치연 본부장은 “한국 화장품을 찾는 중국인이 늘면서 사업이 잘되고 있지만, 다른 중소기업의 경우 유통망이 확보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곳이 많다”며 “장기적으로는 신뢰할 수 있는 유통망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베이징·상하이=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