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혁신 DNA’ 심는다]
○ 부채 줄여 투자 확대
LH가 국내외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었던 것은 2년 만에 14조 원의 금융부채를 줄이는 등 경영사정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역시 최근 글로벌 물류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지난해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서울 사장단회의와 물류분과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했고, 유라시아 실크로드 친선특급 등 대륙철도 연계 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코레일의 광폭 행보 배경에는 내부 혁신의 성공이 자리하고 있다. 우선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수익관리시스템(YMS)을 고도화했다. 또 KTX의 인천공항 직결운행, 5대 관광벨트 열차 운행 등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데 적극 나섰다. 그 결과 2014년 공사 출범 10년 만에 처음으로 영업 흑자(1034억 원)를 달성했다. 코레일의 부채비율은 2014년 말 411%에서 지난해 6월 말 현재 344%까지 낮아졌다.
4대강 사업 시행에 따른 적자로 대표적인 부채 공기업이었던 한국수자원공사도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을 통해 재무건전성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2013년 말 14조 원(부채비율 120.6%)에 이르던 부채를 1년 사이에 5000억 원가량 감축했다. 노사 한마음 경영파트너십 선언과 비상경영추진단 운영 등을 통해 내부 혁신에 주력한 결과였다. 그 과정에서 최계운 사장 이하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임금을 반납하는 등 고통 분담도 있었다.
수자원公 진출 앞둔 라오스 남음강 댐 한국수자원공사가 통합물관리사업을 추진 중인 라오스 시엥쿠앙 주 남음 강 유역. 수자원공사는 올해 3월부터 약 3년간 이 강의 10개 다목적댐을 유기적으로 운영 관리하는 방안을 라오스 정부에 제안했다. 4대강 사업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됐던 수자원공사는 경영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해외사업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제공
LH나 코레일이 부실 공기업의 이미지를 벗어날 수 있었던 데는 내부 혁신이 큰 역할을 했다. 이재영 LH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저성장이 일상화된 현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지속적으로 혁신하고 서비스를 개선하는 것이 유일한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이 공공기관들에서는 ‘소통’을 통해 내부 반발을 잘 극복했다는 공통점도 발견된다. 일례로 한국조폐공사는 직원들의 복리후생비를 줄이기 위해 노사 현안 대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노사가 65차례나 자리를 함께했다. 이런 신뢰관계가 있었기에 2013년 344만6000원에 이르던 1인당 복리후생비를 불과 1년 만인 2014년에 176만5000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었다. 이는 공기업들 가운데 최저 수준이다. 한국공항공사 역시 경영 정상화를 위한 협상 과정에서 노조가 반발하고, 상급단체와 연계로 교섭이 결렬되는 등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수차례의 토론회 및 노사 면담을 통해 극복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공공기관들이 내부 혁신을 통해 일정한 성과를 거뒀지만 지속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언제든 혁신은 좌초될 수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말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공공기관이 2010년부터 간부직 성과연봉제 도입, 기능 조정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생산성은 여전히 민간기업의 70∼80%에 머물고 있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평가단 부단장을 맡았던 박순애 서울대 교수(행정학)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면 여전히 공공기관들의 혁신 노력은 부족한 측면이 있다”며 “공공기관의 내부 혁신과 함께 민간에서 더 잘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과감히 시장에 문을 개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