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국민보도연맹 유족에게 국가가 재산상 손해배상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부산지법 민사9부(재판장 정철민)는 경남 양산의 국민보도연맹 사건 희생자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재산상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경남 양산 국민보도연맹 희생자들이 살아 있었다면 만 55세까지 벌 수 있었던 재산을 정부가 유족들한테 지급하라는 것이다. 원고 97명 중 노동이 가능했던 것으로 판단된 85명의 유족에게 최대 1695만 원의 배상금이 인정됐다.
재판부는 “경찰과 군인들은 국민보도연맹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정당한 이유와 적법 절차 없이 희생자들을 구금한 뒤 살해해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 생명권, 적법절차에 따른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했다”며 “이 때문에 희생자들은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고 봐야하므로 정부는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해 희생자들이 입은 재산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승만 정권은 1949년 6월 좌익 사상을 통제하기 위해 좌익 계열 전향자를 중심으로 반공단체인 국민보도연맹을 만들었다. 이후 공무원들에 의해 사상과 관계없이 수십만 명의 민간인들이 반강제로 가입됐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정부는 이들이 북한과 손을 잡을 수 있다고 우려해 무차별적으로 검거하고 즉결처분했다.
1950년 8월 경찰과 군인은 경남 양산의 국민보도연맹원을 구금한 뒤 같은 해 8월9~22일 희생자들을 집단 사살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9년 9월 경남 양산 국민보도연맹원 97명을 희생자로 확인했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