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혁신DNA 심는다]미래 먹거리 발굴 한국전력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4호기의 원자로 건물. 한국전력공사는 지난해 9월 콘크리트 타설(건물 구조물 거푸집에 콘크리트를 붓는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원자로 설치 작업에 착수했다. 한전 제공
《 공공기관 혁신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바뀌었다. 과거 정부의 지원에만 의지하던 성장모델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오히려 공공기관 혁신을 경제활성화의 마중물로 삼아야 할 시점이다. 방만 경영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국가 발전을 위해 신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할 투자, 민간 부문이 도전하기 어려운 투자에 공공기관이 앞장서야 한다. 동아일보는 혁신을 거듭하고 있는 공공기관들의 활약상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
‘보합대화(保合大和).’
한국전력공사의 올해 신년 화두다. ‘한마음으로 대화합을 이룬다’는 뜻이다. 이 화두에는 혁신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다. 내부 혁신에 성공한 공공기관들로부터 발견되는 공통점 중 하나가 바로 ‘화합’이다.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내부의 반발을 잘 극복한 공공기관들은 혁신 작업에 속도를 냈지만, 그렇지 못한 기관들은 혁신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한전은 내부 화합을 통해 혁신 역량을 극대화한 뒤 에너지신산업 등 신성장동력 분야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한전 역사상 세 번째로 연임에 성공한 조환익 사장은 지난달 22일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올해 경영 목표에 대해 “한전의 ‘업(業)’을 바꾸겠다”며 지속적인 혁신을 강조한 바 있다.
한전의 혁신은 노사 합의를 통한 부채 감축과 비효율적인 비용 축소에서부터 출발했다. 그 결과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21조 원의 부채를 줄였다. 2012년까지 5년 동안 순손실을 냈지만, 이후 경영 혁신에 강력 드라이브를 걸면서 2013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각종 신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가 조금씩 결실을 거두면서 지난해 영업이익은 10조8000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실적이 예상된다. 발전 MIX(원전과 석탄 발전 가동률 정상화) 개선과 원유 및 가스 등의 가격 하락에 따른 비용 절감이 큰 몫을 했지만 내부 혁신이 없었다면 이 정도 성과는 거두지 못했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한전은 이런 경영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통 큰 투자’에 나선다. 에너지신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우는 것이 혁신의 완성이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16년은 분산형 전원 이슈, 에너지 프로슈머(태양광 발전 등을 통해 소비전력을 직접 생산하는 사람)의 등장 등 새로운 에너지 트렌드와 신(新)기후 체제의 등장으로 기존 에너지산업을 넘어서는 과감한 혁신과 전략이 필요한 해로 꼽힌다. 조 사장은 “온실가스 감축 등을 위해서라도 지금은 투자를 늘려야 할 때”라며 대대적인 투자를 예고했다.
우선 올 4분기(10∼12월)에 2조 원 규모의 ‘KEPCO 키움 펀드’(가칭)를 내놓을 예정이다. 민간투자가 부진한 에너지산업 분야에 공기업인 한전이 선도적으로 투자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한전은 올해 1조 원을 출자하고 내년에 1조 원을 추가 출자한다. 또 올해 2000억 원을 투자해 민간사업자와 공동 이용이 가능한 전기차 충전소 20곳(충전기 500기)을 건설하기로 했다.
민간기업과의 협업을 통한 미래 먹거리 발굴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최근 한전은 SK텔레콤과 에너지신산업 공동 추진 협약을 체결했다. 양사가 친환경 에너지산업을 선도하고 해외 공동 진출을 추진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양사는 2020년까지 총 5000억 원 이상을 공동 투자한다.
한전은 지역과 상생하는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것도 혁신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광주전남혁신도시 본사 이전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만큼 앞으로는 에너지기업 유치에 주력해 혁신도시를 명실상부한 에너지밸리로 키워 내겠다는 구상이다. 단기적으로 2017년까지 200개 기업, 2020년까지는 500개 기업을 각각 유치할 계획이다. 지자체 및 지역 대학과 협력해 에너지밸리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프로그램도 도입한다. 한전 관계자는 “한전과 연계된 에너지기업들을 유치해 동반성장과 지역인재 고용 등에서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