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포수 윤요섭이 1일(한국시간) 팀의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에서 스포츠동아와 인터뷰한 뒤 미소를 짓고 있다. 투산(미 애리조나주)|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후배들 불펜 피칭 포구 때마다 파이팅
응원·격려는 물론 원포인트 조언까지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의 키노 스포츠콤플렉스에 차려진 kt의 스프링캠프에는 총 21명의 투수가 있다. 재활 막바지 단계인 장시환과 팔꿈치 통증으로 2일(한국시간) 조기 귀국하는 심재민을 제외한 19명의 투수가 연일 불펜피칭을 소화하고 있다. 30∼40개로 시작한 투구수는 이미 70∼80개에 이르렀다.
1일 포수 윤요섭(34)은 불펜에 있었다. 투수들은 3개조로 나눠 공을 던졌다. 70개씩 모두 210개의 공을 받았지만, 윤요섭은 단 한 번도 침묵 속에 공을 받지 않았다. 투수가 공을 던지기 전부터 엄청난 크기의 기합 소리를 내질렀다.
이날 첫 불펜피칭 파트너는 최대성. “좋아∼, 가보자, 이야!” 공이 미트에 도달하면 수십 가지 각기 다른 칭찬과 조언이 시작됐다. “그렇지!” “볼이 왜 이렇게 좋아!” “좋은 공!” “굿 피치!” “(최)대성이 역시 죽인다!”
윤요섭은 해병대 출신이다. 강한 남성성이 느껴지는 외모에 무뚝뚝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우리가 미처 모르고 있었던 부분이 많았다. 스프링캠프에서 kt의 많은 젊은 선수들은 “윤요섭 선배가 세심하게 잘 챙겨줘서 고맙다”, “요섭이 형이 큰 힘이 된다”는 말을 자주 했다.
불펜피칭이 끝나자 짧게 쉰 뒤 포수 수비훈련을 받으러 이동하던 윤요섭에게 다가가 ‘후배들의 사랑을 널리 알려야겠다’고 하자, 손사래를 쳤다. 그는 “특별히 잘해준 것도 없다. 더 많이 배려하고 후배들을 아끼는 동료들이 훨씬 많다. 괜히 어색해질 것 같다”며 몸을 뺐다.
윤요섭은 단국대 졸업 후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치고는 2008년 SK에 육성선수로 입단했다. 뼈를 깎는 노력으로 정식선수가 됐고, LG에서 주전 포수로 도약하기도 했다. 지난해 kt로 이적해 148타수에서 자신의 시즌 최다인 9홈런을 터트리며 장타자로서 능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땀을 닦고 다시 마스크를 쓰는 윤요섭에게 ‘자기 훈련도 하랴, 불펜에서 소리 지르며 공도 받으랴 힘들겠다’고 하자 “포수다. 당연하다. 공 받는 재미라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겉모습에선 여전히 무뚝뚝함이 느껴졌지만, 따뜻한 가슴을 품고 있는 든든한 안방마님임이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