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려막기 땜질 인사로 잦은 공백… 질병관리본부장도 적임자 못찾아 방역 컨트롤타워 부재 우려 확산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카 바이러스 비상사태 선포 검토에 들어간 가운데 이를 제일선에서 막아야 할 국내 방역의 핵심 자리가 비어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방역 최전선의 수장인 인천공항검역소장은 두 달째 공석이고, 1월 차관급으로 격상된 질병관리본부장은 계속 적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인천검역소장 인선을 땜질식으로 진행한 것이 방역 공백을 악화시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인천검역소장(고위공무원단급)은 1월 4일 김원종 전 소장이 퇴직한 뒤 공석이다. 감사원의 메르스 징계 여파로 고위공무원 4명이 사실상 대기발령 상태라 소장 후보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 상황에서 소장을 임명하려면 다른 업무를 맡고 있는 복지부 국장을 빼내 발령을 내거나, 부이사관급 공무원을 승진시켜야 한다. 그러나 복지부 관계자는 “대기발령자들이 고위공무원단 정원(TO)을 차지하다 보니 승진 발령을 낼 수도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급한 대로 부이사관급 공무원을 인천검역소만 전담하는 소장 직무대리로 보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는 서기관급 사무과장이 소장역을 대행하고 있다.
2010년 이후 인천검역소장을 지낸 6명 중 1년 이상 근무한 공무원은 단 1명뿐이다. 복지부 안팎에서는 인천검역소장직이 ‘잠깐 머무르는 곳’ 또는 ‘좌천성 인사 자리’라는 인식까지 남아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땜질식 돌려 막는 인사를 하면서 소장 자리가 자주 비는데 검역소 직원들의 업무 긴장도가 유지될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한편 WHO는 1일(현지 시간)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지카 바이러스 대책 긴급위원회를 소집해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할지와 확산 방지를 위한 국제적 방역조치 권고 방안을 논의했다. WHO가 비상사태를 선언한 것은 2014년 에볼라를 포함해 총 3차례뿐이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 파리=전승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