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2016 美 대선] 경선 첫 관문 ‘아이오와 코커스’ 현장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오후 9시 미국 아이오와 주 디모인 시 에이브러햄링컨고교 체육관. 파워풀한 여성 보컬 케이티 페리의 노래 ‘Roar(포효)’와 함께 등장한 그녀는 포효하듯 연설했다. 1000명이 넘는 팬들은 환호를 질렀다.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69)의 연설을 듣기 위해 행사 2시간 전부터 영하 3도의 체육관 밖에서 기다리던 지지자들이다. 이들은 클린턴이 연설하는 중간중간에 “힐러리! 힐러리!”라고 함성을 질렀다. 울먹이는 지지자들도 보였다. 변호사, 대통령 부인, 상원의원, 국무장관을 잇달아 지낸 클린턴의 화려한 이력이 동영상과 함께 장내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클린턴은 자신의 강점인 국정 경험을 바탕으로 안정적 변화를 강조했다. 링컨고교 체육관 유세에서는 “나는 지키지 못할 약속은 안 한다. 단 여러분이 원하는 것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월가의 은행 해체라는 극단적인 공약을 내걸고 바짝 추격 중인 샌더스를 겨냥한 말이다.
샌더스는 마지막 날까지 “부자들의 정치를 끝장내겠다”고 단언했다. 그랜드뷰대에서 열린 유세에서는 “버니를 느껴라(Feel the Bern)” 구호를 외치는 지지자들에게 “힐러리에겐 더 나은 미국을 만들겠다는 열정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클린턴을 공격했다. 샌더스는 “상위 1%가 부를 독점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화를 낼 권리가 있다”고 호소했다.
트럼프는 오바마 행정부에 비판적인 백인 중산층을 파고들며 성공한 사업가로서 자신의 신화를 부각시켰다. 아이오와 주 수시티 대극장에서 열린 오후 유세에서는 “내가 오바마의 거짓을 끝장내고 중국과 일본을 다시 굴복시켜 위대한 미국을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일부 지지자는 트럼프처럼 욕설을 섞어 가며 “도널드, 제발 미국을 다시 자랑스럽게 만들어 줘, 젠장(damn it)”이라고 외쳤다. 트럼프는 거수경례로 답했다.
트럼프를 바짝 추격 중인 크루즈는 자신이 보수의 아이콘임을 강조하며 트럼프를 위험인물로 몰아붙였다. 디모인의 한 푸드코트에서 가진 유세에서는 트럼프를 정조준했다. “나쁜 선택을 하기에는 위험이 너무 큰 시점이다.” 그러고는 “(오바마에 이어 트럼프에게) 다시 속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투표율이 낮을 경우 ‘워싱턴 아웃사이더’로 조직력이 약한 트럼프와 샌더스가 고전할 것으로 예상했다. 클린턴과 크루즈가 민주당과 공화당의 지지층을 최대한 결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가 시작되는 오후 7시부터는 이 지역에 눈 폭풍이 시작된다는 예보가 나와 날씨 변수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디모인=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