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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용역경비, 보안 뚫린 출입국심사대는 정작 출입못해

입력 | 2016-02-02 03:00:00

“사법경찰권 있어 별도 요원 불필요”… 법무부 출입건의 무시, 따로 관리
CCTV도 실시간 공유 안해… 통관업무 세관구역도 마찬가지
보안 공조 안돼 눈뜨고 당한 꼴… ‘폭발물 의심상자’ 용의자 4명 압축




인천국제공항 보안 체계의 총체적 부실은 공조를 기피하는 공항 상주기관들의 뿌리 깊은 관행이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력이 부족하거나 관리 사각지대가 있어도 다른 기관의 지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에 연이어 발생한 밀입국 역시 기관 간 공조(共助)만 됐어도 막을 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 따로 노는 ‘작은 정부’


1일 공항 상주 기관들에 따르면 인천공항의 출입국 절차와 관련 시설 등은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가 담당한다. 통관 업무와 관련 시설은 관세청 인천본부세관이 맡는다. 여행객들이 거쳐 가는 보안검색장과 나머지 보안구역은 인천공항공사가 위탁한 3개 용역업체 경비요원 1200여 명이 교대로 순찰한다. 그러나 경비요원들은 인천세관이 담당하는 1층 입국장 세관구역과 출입국관리사무소가 맡는 2, 3층 출입국심사대를 출입할 수 없다.

인천공항공사는 개항한 2001년부터 밀입국 등 돌발적인 사건 사고에 대비해 세관구역과 출입국심사대에도 경비요원 출입 및 순찰 방안을 건의했다. 세관이나 출입국사무소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취약시간대나 사각지대 관리를 보완하기 위해서다. 국가정보원과 경찰도 이들 구역의 보안 체계가 취약하다며 경비요원의 순찰 허용 등을 포함해 보안시스템 강화를 권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세관과 출입국관리사무소 측은 “자체적으로 각종 범법자를 단속하고 처벌할 수 있는 사법경찰권이 있어 별도의 보안 경비요원이 필요 없다”는 이유로 아직까지 허용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세관과 출입국관리사무소는 관할 구역에 자체적으로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관리하고 있다. 전체 터미널을 관리하는 인천공항공사는 이들 구역의 CCTV를 실시간으로 볼 수 없는 상황이다. 한 공항업계 관계자는 “타 기관 소속 직원이 경비에 참여할 경우 세관이나 출입국 심사 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아직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보안구역은 아니지만 지난해 11월 추방 예정이던 외국인 불법 체류자 2명이 호송버스를 타고 인천공항 3층 여객터미널에 내린 뒤 공항 탑승동 강제퇴거자 대기실로 가는 다른 버스로 갈아타던 중에 도주했다. 이들은 3층 여객터미널에서 1층 주차장까지 짧지 않은 거리를 유유히 도망쳐 미리 준비한 차량 등을 이용해 도주했다. 뒤늦게 1명은 잡혔지만 나머지 1명은 아직 잡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국제공항에 상주하는 기관은 국토교통부와 국정원 법무부 관세청 검찰 경찰 등 10여 곳. 이 때문에 ‘작은 정부’로도 불린다. 분기마다 공항운영협의회가 열리고 테러보안대책협의회도 마련되지만 밀입국 사건이 1주일 간격으로 잇달아 터졌다. 협의회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공항 내 한 운영기관 관계자는 “인천공항의 보안업무를 실질적으로 총괄하고 책임질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 CCTV로 ‘폭발물 상자’ 용의자 4명 압축

지난달 29일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화장실에서 발견된 ‘폭발물 상자’를 수사 중인 경찰은 주변 CCTV를 분석해 유력한 용의자를 4명으로 압축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CCTV가 현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화질이 좋지 않아 용의자를 추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정밀 분석을 통해 의심스러운 인물 4명을 가려낸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황금천 kchwang@donga.com / 조동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