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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입국자-브로커, 환승 틈타 ‘국적 세탁’

입력 | 2016-02-02 03:00:00

탑승객으로 위장한 국내 브로커… 중국인 접선, 한국인 위조여권 건네
한국 120개국과 무비자협정 맺어… 선진국으로 가는 경유지로 악용돼




대한민국 최일선 국경인 인천국제공항을 뚫고 밀입국한 중국인 부부와 베트남인 남성은 공항 환승객 신분이었다. 환승객은 인천공항 환승구역을 거쳐 출국 게이트에 머무는 동안 일반 탑승객과 신분이 분간되지 않기에 ‘환승 밀입국 브로커’의 표적이 돼왔다. 브로커는 한국인이 북미나 유럽 등 선진국에 비자 없이 쉽게 입국할 수 있다는 점을 노려 중국인 등을 한국인으로 위장해 선진국에 밀입국시키는 데 인천공항을 경유하는 수법을 자주 쓰고 있다.

1일 인천지법에 따르면 한중 합작 밀입국 브로커 일당 서모 씨(47·여) 등 3명이 2013년 11월 중국인을 한국인으로 둔갑시켜 프랑스 미국 등 선진국으로 밀입국시키려다 적발돼 징역 8∼10개월에 처해졌다. 이들은 중국 브로커가 선진국으로 밀입국을 원하는 중국인을 모집해오면 한국 브로커가 위조여권과 탑승권을 인천공항에서 제공하는 방식으로 밀입국을 도왔다.

한국인 신분으로 프랑스 밀입국을 원하던 중국인 A 씨 등 5명이 환승객으로 인천공항에 들어오자, 한국인 브로커는 프랑스로 가는 티켓을 발권받아 인천공항 출국심사대를 통과해 게이트로 향했다. 손에는 중국인 5명의 사진이 붙은 한국인 위조여권 5장이 들려 있었다. 브로커는 중국인과 출국 게이트에서 만나 프랑스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한국인 행세를 하며 프랑스에 입국했다.

브로커 일당은 한국인이 120여 개국에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는 점을 악용했다. 서 씨 등은 위조여권에 한국에서 출국한 것처럼 가짜 출국심사 도장을 찍어 치밀하게 밀입국을 성사시켰다. 이들이 이렇게 입국시킨 중국인들이 10명에 이른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