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50만권-2억개 지식 습득… 인간이 2000년 걸리는 학습, 사흘만에 끝내
국내 AI 기업 솔트룩스는 빅데이터에서 스스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아담(ADAM)’을 지식 경연 대회에 출연시키기로
했다고 1일 밝혔다.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인간과 로봇의 퀴즈 대결이다. 장막 뒤에서 문제를 풀고 시청자들은 누가 AI인지 맞히는 이벤트도 계획하고 있다.
아담은 2013년 5월부터 도서 50만 권 분량을 학습해왔다. 2300만 가지 주제에 대한 2억 개 이상의 단위 지식(주어, 동사가 있는 문장)을 갖고 있다. 한 사람이 책을 읽어 학습하려면 2000년이 걸리는 일을 아담은 3일 만에 끝낼 수 있다.
구글이 선보인 AI ‘알파고(AlphaGo)’도 다음 달 이세돌 9단과 서울에서 대국을 펼칠 예정이다. AI의 분석 수준이 프로 바둑 기사에게 도전장을 내밀 정도로 발전한 것이다.
하지만 국내 AI 산업의 수준은 높지 않다. 우선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는 고급 전문가가 많지 않다. 국내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마중물 성격으로 AI에 대한 정책자금을 배정하고, 대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해 고급 인재가 AI 산업으로 몰리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규제도 문제다. AI는 의료, 가전, 교육 등에 융합될 때 높은 경쟁력을 갖는다. 하지만 정부 각 부처가 만들어놓은 규제는 AI의 기술 발전을 옥죄고 있다. AI 스타트업 뷰노의 영상진단 소프트웨어는 환자의 X선,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영상 데이터베이스(DB)를 분석한 뒤 공통점을 뽑아내 의사의 진단을 돕는다. 하지만 그 소프트웨어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료기기 판정에서 상용화가 손쉬운 1등급이 아니라 상용화하는 데 오래 걸리는 3등급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의료업계는 영상진단 소프트웨어가 실제로 상용화되려면 2년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AI 기술이 보급될수록 사람의 설 자리가 줄어든다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일자리를 잃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AI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것이 분명하다. 김재필 KT경제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산업혁명 당시 노동자가 일시적으로 거리에 나앉았지만 큰 틀에서 인간과 사회는 발전해왔다”며 “단순 반복적인 일을 하는 노동자를 재교육해 부가가치가 높고 창조적인 직업군으로 재배치되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