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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송평인]파4홀 앨버트로스 홀인원

입력 | 2016-02-02 03:00:00


골프에서 파(par)보다 하나 적은 타수인 버디(birdie)는 버드(bird)에서 왔다. 미국 애틀랜타시티CC에는 1903년 버디란 말이 기원했다는 홀이 있다. A 스미스란 사람이 이곳 파4홀에서 거의 홀에 붙이는 세컨드 샷을 친 후 스스로 감탄해서 ‘a bird of shot’이라고 외쳤다. 여기서 버드는 당시 미국 속어로 그냥 ‘뛰어난 것’을 의미했지만 이 표현이 골퍼들에게는 새처럼 멋지게 날아가는 샷이란 의미로도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

▷이후 파보다 적은 타수에는 모두 새의 이름이 붙었다. 파보다 2타 적은 것은 이글, 파보다 3타 적은 것은 앨버트로스로 불렸다. 그냥 새보다는 이글이 보기 어렵고 이글보다는 앨버트로스가 보기 어려워서 그랬을 것이다. 파보다 4타 적은 것은 전설의 새 이름을 따 콘도르라고 한다. 파5홀에서 홀인원을 해야 콘도르다.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앨버트로스가 가장 어렵다고 할 수 있다.

▷그냥 홀인원이라고 하면 파3홀 홀인원, 즉 이글을 의미한다. 파4홀 홀인원은 앨버트로스다. 앨버트로스를 할 확률은 200만분의 1로 번개에 맞을 만큼 낮다. 그마저도 대부분은 파5홀의 세컨드 샷이나 파6홀의 서드 샷에서 이뤄진다. 파4홀 홀인원은 미국프로골프(PGA)에서는 2001년 앤드루 매기의 피닉스 오픈에서의 기록이 유일하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서는 한국 선수 장하나가 지난달 31일 처음으로 바하마 클래식에서 기록했다.

▷운도 따랐다. 홀의 기준 타수는 그린에서의 퍼트 2회를 상정하고 정해진다. 미국골프협회는 여자 선수의 평균 티샷 거리를 210야드, 두 차례 샷의 평균 합계를 400야드로 보고 파4홀의 길이를 210∼400야드로 정해놓았다. 장하나가 기록을 세운 홀은 원래 310야드인데 이날은 218야드로 짧게 세팅됐다. 장타자 장하나는 드라이버보다 정교한 3번 우드를 잡았다. 그린 위에만 올려도 성공인데 그린 바로 앞에 떨어진 공은 몇 번 튕긴 뒤 홀 안으로 기적같이 빨려 들어갔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