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설문조사에서 소비자들은 윤리적으로 생산된 제품이라면 기꺼이 더 높은 값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들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어도 되는 것일까.
스탠퍼드대 옌스 하인뮐러 교수 등은 ‘착한 소비’ 관련 연구에 앞서 기존 연구들이 주로 소비자들의 실제 구매 ‘행태’가 아닌 ‘의향’에 기초했기에 공신력이 떨어진다고 봤다. 이에 실제 구매 행태를 알아보기 위해 2008∼2009년 사이 미 동부지역에 위치한 한 대형 슈퍼마켓 체인의 26개 지점에서 공정무역 커피의 판매량에 관한 실험을 수행했다.
실험 대상으로는 가장 잘 팔리는 커피원두 두 종류, 즉 프렌치로스트와 커피블렌드를 선택했다. 첫 번째 실험 단계에서는 가격은 그대로 둔 채 공정무역이라는 표시를 했을 때와 하지 않았을 때 판매량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를 살펴봤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가격을 각각 파운드당 1달러씩 인상했을 때 판매량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체크했다.
그 결과 비교적 고급 커피에 속하는 프렌치로스트의 경우 가격 인상으로 판매량이 오히려 2% 증가한 반면 저렴한 커피블렌드의 가격이 인상되자 소비자들은 대체상품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고급 제품에서는 ‘윤리소비’라는 것이 일종의 과시 및 자기만족과 연결될 수 있기에 가격 인상이 오히려 판매율을 높였지만 그렇지 않은 제품에서는 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이제 기업들도 각각의 소비자 특성을 분석하고 보다 세분화된 시장 전략을 고심해야 한다.
김현경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연구교수 fhi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