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남대문시장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일 설을 앞두고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을 찾아 상인과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현재 의원, 김행 예비후보, 김 대표, 지상욱 예비후보, 나성린 민생119본부장.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2일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의 말이다. 4·13총선을 70일 앞두고 새누리당이 갈가리 찢기고 있다. 지난달 당으로 복귀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이른바 ‘진박(진짜 친박) 후보’ 지원에 나서면서 파열음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형국이다. 벌써부터 총선 이후 당권 경쟁에 들어갔다는 말까지 나온다.
최 전 부총리는 전날 부산 해운대 인근에서 유기준 김희정 유재중 김도읍 조경태 의원 등과 만찬 회동을 했다. 허남식 전 부산시장과 허원제 전 의원, 손수조 부산 사상구 당협위원장 등도 참석했다. 지난달 31일 김무성 대표가 비박(비박근혜)계 초·재선 의원 50여 명과 만찬을 한 데 대한 ‘맞불 회동’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친박계의 좌장인 최 전 부총리가 직접 ‘진박 감별사’를 자처하고 나서면서 당내 반발은 점점 커지고 있다. 최 전 부총리의 동선을 보면 친박계가 생각하는 ‘물갈이 대상’이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의 행보 자체가 사실상 ‘의원 살생부’인 셈이다.
최 전 부총리는 강 전 군수 개소식 축사에서 “국회가 꿈적하지 않는 데는 여당도 책임이 있다”며 다시 한 번 ‘자기반성론’을 꺼내 들었다. 윤 전 수석 개소식 축사에선 “(내 얘기에) 반발하는 사람들을 유심히 보니 속이 찔리는 사람들이더라. 교체지수가 낮은 의원들은 반발하지 않는다”고 했다.
친박계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친박계의 한 핵심 의원은 “최 전 부총리가 ‘TK 목장’의 주인이 되려고 무리수를 두고 있다”며 “앞으로도 진박 후보들을 띄우는 게 쉽지 않을 텐데, 최 전 부총리의 정치적 입지만 좁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친박계 내분 양상도 눈에 띈다. 이종혁 전 의원(부산 부산진을)은 이날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친박 실세들은 공정 경선을 해치는 경거망동을 즉각 중단하라”고 반발했다. 이 전 의원은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 종합상황실 단장을 맡아 친박계로 통한다. 그러나 최 전 부총리가 자신의 경쟁상대인 이헌승 의원 개소식에 참석한 것에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당내 일각에선 당권과 대권 경쟁이 본격화하면 결국 계파 갈등이 폭발해 당이 쪼개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012년 총선 공천 당시를 떠올리는 것이다. 당시 김 대표 등 비박계가 공천에서 대거 탈락하자 물밑에서 비박계와 자유선진당(현재 새누리당과 합당) 간 통합 논의가 진행됐다. 다만 김 대표가 백의종군을 선언하면서 분당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와 달리 확실한 대선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김 대표나 비박계가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재명 egija@donga.com·홍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