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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眞朴 마케팅에 당 쪼개질 판”… 與 내분 일촉즉발

입력 | 2016-02-03 03:00:00


김무성 남대문시장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일 설을 앞두고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을 찾아 상인과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현재 의원, 김행 예비후보, 김 대표, 지상욱 예비후보, 나성린 민생119본부장.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사실상 분당(分黨) 상태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일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의 말이다. 4·13총선을 70일 앞두고 새누리당이 갈가리 찢기고 있다. 지난달 당으로 복귀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이른바 ‘진박(진짜 친박) 후보’ 지원에 나서면서 파열음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형국이다. 벌써부터 총선 이후 당권 경쟁에 들어갔다는 말까지 나온다.

○ ‘진박 세력권’ 넓히는 최경환

최 전 부총리는 이날 하루에만 강석진 전 거창군수(경남 산청-함양-거창), 백승주 전 국방부 차관(경북 구미갑), 윤두현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대구 서), 이헌승 의원(부산 부산진을)의 선거사무실 개소식에 참석했다. 거침없는 광폭 행보다. TK(대구경북)뿐 아니라 PK(부산경남)로 ‘진박 세력권’을 넓히는 모양새다.

최 전 부총리는 전날 부산 해운대 인근에서 유기준 김희정 유재중 김도읍 조경태 의원 등과 만찬 회동을 했다. 허남식 전 부산시장과 허원제 전 의원, 손수조 부산 사상구 당협위원장 등도 참석했다. 지난달 31일 김무성 대표가 비박(비박근혜)계 초·재선 의원 50여 명과 만찬을 한 데 대한 ‘맞불 회동’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친박계의 좌장인 최 전 부총리가 직접 ‘진박 감별사’를 자처하고 나서면서 당내 반발은 점점 커지고 있다. 최 전 부총리의 동선을 보면 친박계가 생각하는 ‘물갈이 대상’이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의 행보 자체가 사실상 ‘의원 살생부’인 셈이다.

최 전 부총리는 강 전 군수 개소식 축사에서 “국회가 꿈적하지 않는 데는 여당도 책임이 있다”며 다시 한 번 ‘자기반성론’을 꺼내 들었다. 윤 전 수석 개소식 축사에선 “(내 얘기에) 반발하는 사람들을 유심히 보니 속이 찔리는 사람들이더라. 교체지수가 낮은 의원들은 반발하지 않는다”고 했다.

○ “TK 목장 주인 되려고 무리수”

비박계인 정두언 의원은 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진박 마케팅’은 한마디로 자해행위”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계속 부담을 주니 불충(不忠)이고, 당의 이미지를 훼손하니 심각한 해당행위”라며 “‘완장꾼’들이 벌이는 이런 자해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친박계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친박계의 한 핵심 의원은 “최 전 부총리가 ‘TK 목장’의 주인이 되려고 무리수를 두고 있다”며 “앞으로도 진박 후보들을 띄우는 게 쉽지 않을 텐데, 최 전 부총리의 정치적 입지만 좁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친박계 내분 양상도 눈에 띈다. 이종혁 전 의원(부산 부산진을)은 이날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친박 실세들은 공정 경선을 해치는 경거망동을 즉각 중단하라”고 반발했다. 이 전 의원은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 종합상황실 단장을 맡아 친박계로 통한다. 그러나 최 전 부총리가 자신의 경쟁상대인 이헌승 의원 개소식에 참석한 것에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당내 일각에선 당권과 대권 경쟁이 본격화하면 결국 계파 갈등이 폭발해 당이 쪼개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012년 총선 공천 당시를 떠올리는 것이다. 당시 김 대표 등 비박계가 공천에서 대거 탈락하자 물밑에서 비박계와 자유선진당(현재 새누리당과 합당) 간 통합 논의가 진행됐다. 다만 김 대표가 백의종군을 선언하면서 분당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와 달리 확실한 대선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김 대표나 비박계가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재명 egija@donga.com·홍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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