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지카 비상사태’ 선포]보건당국, 방역강화 긴급대책 마련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보건 당국의 분석이다. 중남미, 동남아 등 해외에서 감염된 사람이 국내로 들어올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호흡기로 전파되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처럼 대규모 2, 3차 전파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얘기다.
하지만 보건 당국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방역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정부는 2일 오전 개최한 ‘지카 바이러스 위기평가 및 대책회의’의 주재자를 당초 질병관리본부장 직무대리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급히 격상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 보건 비상사태에 긴급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정진엽 복지부 장관은 “감염자의 입국 시 방역 매뉴얼과 모기 활동 시기 이전 이후의 방제 대책을 보다 철저하게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당국은 지카 바이러스 의심신고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유전자 검사를 확대하기로 했다. 일단 지카 바이러스 유행지역을 2주 이내에 방문한 사람이 37.5도 이상의 발열 또는 발진 증상을 보이면서, 근육통 두통 결막염 등의 증상까지 동반할 경우 유전자 검사를 실시하기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2일 현재 총 7건의 의심환자에 대한 유전자 검사가 진행됐다. 4건은 음성으로 판명됐고, 3명은 아직 결과가 안 나왔다.
현재는 국립보건연구원 신경바이러스과에서 하루 30건 정도의 유전자 검사가 가능하지만 국립보건환경연구원, 일선 병원 등으로 검사 시행 기관을 늘리는 걸 검토키로 했다.
지카 바이러스와 길랭바레 증후군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기로 했다.
○ 석 달간 생존 가능 모기 방역 강화
보건 당국은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에 대한 방역도 강화하기로 했다. 모기가 비행기 수하물이나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에서 수입되는 목재에 묻어 들어올 가능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실제 동아시아의 흰줄숲모기가 수출용 중고 타이어를 타고 미국까지 건너가 대규모로 번식한 사례가 확인된 바 있다. 폐타이어나 깡통의 고인 물에 서식하는 모기는 최대 석 달간 생존이 가능하다.
보건 당국은 공항이나 수하물검역소 인근의 방제를 강화하는 한편 전국의 모기 분포와 바이러스 전염 가능성에 대한 전국 분포 조사에도 나설 방침이다. 과거 11개 권역으로 나눠놨던 조사 대상 지역을 더 촘촘하게 늘리고 시기도 당초 계획보다 1년 앞당겼다. 이를 통해 국내에 서식하는 26종의 모기 특성과 분포 비율을 정확하게 파악해 방역에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질병관리본부에서 이 업무를 맡는 질병매개곤충과의 인력은 정규직 5명, 비정규직 12명이 전부다. 이 때문에 정부 안팎에서는 “모기가 많아지는 4월 이후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브라질에서 신고된 소두증 사례는 4000건가량. 이 중 500건의 역학조사 결과 230건이 지카 바이러스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전년보다 15배 급증한 수치다. 권자영 연세대 의대 산부인과 교수는 “지카 바이러스를 앓았더라도 완치된 이후라면 임신을 해도 된다. 임신부가 위험 지역을 방문했고 의심 증상이 있을 때는 3, 4주에 한 번은 초음파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유근형 noel@donga.com·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