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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하면 처벌”… 경찰, 데이트폭력男에 직접 경고

입력 | 2016-02-03 03:00:00

전국 경찰서 전담팀 꾸려 근절나서
2015년 7692건 발생… 102명 숨져
피해자 집에 CCTV-호출기 지원




지난해 5월 한 20대 남성은 “헤어지자”며 결별을 통보한 또래 여자친구를 목 졸라 살해했다. 그는 야산에 구덩이를 파고 시신을 담은 여행용 가방을 묻은 뒤 시멘트로 암매장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40대 남성이 평소 폭행과 폭언에 시달리던 여자친구가 헤어지려 하자 전기충격기로 공격한 뒤 염산 테러를 가했다.

지난해 이 같은 ‘데이트 폭력’은 알려진 것만 7692건이 발생했다. 하루 평균 21건으로, 이 가운데 102명이 목숨을 잃었다.

경찰이 데이트 폭력을 강한 처벌과 사전 예방이 필요한 중대 범죄행위로 간주하고 근절에 나섰다. 경찰청은 전국 경찰서에 데이트 폭력 수사를 전담하는 ‘연인 간 폭력 근절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한다고 2일 밝혔다.

김헌기 경찰청 수사기획관은 “경찰이 직접 가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피해자에게 연락하거나 접근하지 말라고 강력히 경고할 것”이라며 “이에 불응하거나 2차 피해가 우려되면 피해자 보호를 위해 구속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다음 달 2일까지를 ‘데이트 폭력 피해 집중 신고기간’으로 정해 집중적으로 신고를 권유하기로 했다. 경찰서를 직접 방문하거나 112, 경찰청 홈페이지, ‘목격자를 찾습니다’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신고할 수 있다. 경찰은 신고를 받으면 일단 피해자 신변보호가 필요한지 검토한 뒤 가해자의 추가 폭력을 막아야 한다고 판단되면 피해자 가정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거나 웨어러블 긴급 호출기를 지원한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1일 기자간담회에서 “영국의 ‘클레어법’처럼 상대방의 가정폭력 범죄 경력을 조회할 수 있는 제도적인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데이트 폭력 상담 전문가들은 “초기 대응이 가장 중요하다”며 신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화영 전 한국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장이 지난해 발표한 ‘데이트 폭력을 경험한 여성의 관계 중단 과정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대다수 피해 여성은 만난 지 한 달 만에 폭력을 경험했다. 특히 성관계 동영상을 찍자는 남성을 조심해야 한다. 상당수 가해 남성은 여자 친구의 나체 사진이나 동영상을 이용해 경찰이나 주변에 알리지 못하도록 협박했다. ‘사랑하기 때문에 용서해야 한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연인에게 폭력을 행사한 남성이 사과하는 방식은 보통 울기, 빌기, 무릎 꿇기다. 이 전 소장은 “폭력적인 남성의 행동에서 보지 못했던 모습이기 때문에 여성들은 이를 진심 어린 반성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며 “폭력행위는 결코 낭만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훈상 tigermask@donga.com·전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