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의 비극 환경 난민
쿠르디처럼 전쟁과 내전을 피해 다른 나라로 떠나는 사람들을 ‘난민’이라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인종과 종교, 국적, 정치적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박해를 받고 생명에 위협을 느껴 다른 나라로 떠나는 사람 역시 난민이다. 유엔난민기구에서는 난민을 비롯해 국내 실향민과, 고국을 떠나 타국에서 난민 지위를 신청한 ‘비호신청인’도 보호하는데 지난해 그 수가 약 5950만 명에 이르렀다.
살 곳을 잃은 난민을 내쫓는 건 윤리적인 문제가 있지만, 난민을 받아들이는 건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경제적 지원도 해야 하고 혹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문제도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국민이 찬성해야 가능한 일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522명의 난민과 621명의 인도적 체류자가 살고 있다.
지난해 3월 미국 컬럼비아대 리처드 시거 교수가 시리아 난민 사태의 근본적인 이유는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시리아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닥친 사상 최악의 가뭄 때문에 현재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원래 시리아 땅의 절반은 초승달 지대라고 불리는 비옥한 농경 지대에 속해 있다. 이 지대는 이집트 나일 강 유역에서부터 메소포타미아에 이르는 곳으로, 인류 문명을 꽃피운 비옥한 땅이다.
연구팀은 과거 100년 동안 이 지역의 강수량과 기온 등을 분석해 가뭄의 원인을 분석했다. 그 결과 지구온난화로 인해 지중해 동부 지역의 강수량이 점점 줄고 토양의 습도가 낮아져 최악의 가뭄이 발생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비옥했던 땅이 불모지가 되면서 농민들은 고향을 떠나 도시로 몰려들었다. 사람들로 꽉 찬 도시는 가난과 범죄 등 갖가지 사회 문제로 몸살을 앓았다. 결국 사회적으로 불만이 쌓이고 정치적으로도 불안해지며 한 나라 안에서 전쟁까지 일어났다.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이 대규모 난민을 발생시킨 셈이다.
그런데 이런 사태는 이미 10년 전 예견됐다. 영국 옥스퍼드대 그린칼리지 노먼 마이어스 교수는 2005년 제13회 세계경제포럼에서 가뭄, 토양 침식, 사막화, 산림 벌채 등 환경 문제로 인해 고향에서 살 수 없게 된 사람을 가리켜 ‘환경 난민’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기후변화가 무력 충돌이나 난민 사태를 가져올 수 있다고 예측한 것이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마이어스 교수의 예측은 현실이 되고 말았다.
터키에서 고무보트를 타고 지중해를 건너 그리스 레스보스 섬에 도착한 시리아 난민들. ⓒ유엔난민기구(UNHCR)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난민의 수가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지난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발표한 제5차 종합 보고서에는 인류가 지금과 같은 추세로 온실가스를 계속해서 배출한다면 2100년경 지구의 평균 기온이 지금보다 3.7도 오르고 해수면도 63cm 높아질 것이라는 내용이 실렸다. 만약 온실가스 배출량을 상당히 줄인다고 해도 평균 기온은 1.8도, 해수면은 47cm 올라간다고 예측했다.
무서운 건 인류가 당장 온실가스의 배출을 멈춰도 이미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20% 이상이 1000년 이상 대기 중에 남게 된다는 사실이다. 결국 이로 인한 기후변화의 영향은 수백 년간 지속될 것이다. 이런 이유로 마이어스 교수를 포함한 많은 과학자는 2050년까지 전 세계에 환경 난민이 5000만 명에서 3억5000만 명까지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미국의 환경운동가 레스터 브라운 씨는 자신의 책 ‘플랜B 3.0’을 통해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해 물에 잠길 잠재적 기후 난민 대부분이 아시아에 몰려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제주도 지역의 해수면 상승 속도가 전 지구 평균의 3배에 달해 기후변화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 난민이 먼 나라의 일이라고만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이제는 전 세계가 환경 난민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