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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수술 103세 할머니 ‘승리의 V’

입력 | 2016-02-03 03:00:00

대구 추득실씨 복강경으로 절제술
세계 최고령… 100세 수술시대 활짝
채소위주 식사-운동에 낙천적 성격
“겁 났지만 이겨내… 젊어진 기분”




103세의 나이에 대장암 수술을 받은 추득실 할머니가 웃으며 V자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계명대 동산병원 제공

103세 대장암 환자가 수술을 받고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에서도 수술 환자로는 최고령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계명대 동산병원은 1913년생으로 올해 103세인 대장암 환자 추득실 할머니에게 복강경으로 대장절제술을 지난달 시행해 성공했다고 2일 밝혔다. 추 할머니의 주민등록상 나이는 103세이지만 실제로는 106세인 것으로 알려져 더욱 놀라움을 주고 있다.

추 할머니는 속이 불편하고 혈변이 동반되는 증상으로 동산병원을 찾았고 대장내시경을 통해 대장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달 25일 백성규 대장항문외과 교수(45)로부터 수술을 받았다. 추 할머니는 “처음에는 나이가 많아 수술한다는 것만으로도 겁이 났는데 이렇게 수술을 잘 마치고 건강을 회복하니 몸도 마음도 젊어진 기분”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현재 식사와 거동이 가능하며 4일 퇴원할 예정이다.

추 할머니가 고령에도 건강하게 수술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타고난 건강 체질인 데다가 자기 관리를 철저히 했기 때문이다. 평소 인스턴트식품은 멀리하고 제철 채소와 생식, 발효 식품 위주로 먹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가까운 거리는 버스를 타지 않고 걸어 다니는 등 운동을 많이 했고 경로당에서 화투 놀이도 하면서 즐겁게 생활해 왔다. 추 할머니의 딸인 추도이 씨(63)는 “암이 발생하기 전까지 어머니는 병원에 다닌 적이 없을 정도로 건강했고 성격도 긍정적이며 낙천적이다”며 “그래서 어머니가 큰 수술을 잘 이겨낼 것으로 믿었다”고 전했다.

백 교수는 “100세 이상 초고령 환자는 일반 성인 환자에 비해 수술 후 회복이 더디고 여러 합병증이 생길 우려가 높기 때문에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며 “절개 부위가 작고 출혈이 적으며 수술 뒤 회복이 빠른 복강경 수술을 했는데 무사히 잘 마쳤고 곧 퇴원할 정도로 건강해져서 다행”이라고 밝혔다.

백 교수는 또 “100세 이상의 초고령 환자라도 마취, 수술 기법 등 현대 의학의 발달로 수술이 가능해졌다”며 “수술로 더 건강한 노후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은 ‘100세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의미가 더욱 크다”고 덧붙였다. 추 할머니 이전 최고령 수술 환자는 2011년 서울성모병원에서 대장암 수술을 받은 문귀춘 할머니로 당시 102세였다. 당시 병원 측은 “세계 최고령 암환자 수술로 기네스북 등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절차가 복잡해 등재 추진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