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매각 대상 국영기업에는 러시아 최대 석유기업 로스네프트, 러시아 대표 항공사 아에로플로트, 종업원이 90만 명인 러시아철도가 포함됐다. 바시네프트(석유), 알로사(다이아몬드광산), VTB(은행), 솝콤플로트(조선)도 지분 매각 대상이다. 모두들 서방 기업들이 넘볼 수 없었던 러시아의 핵심 산업이다.
로스네프트는 러시아 석유 생산량의 40%, 세계 석유 생산량의 5%를 점유하고 있으며 3년 전만 해도 일일 생산능력이 450만 배럴로 세계 최대의 석유회사로 꼽혔다. 유가 하락으로 시가총액이 많이 줄긴 했지만 1일 현재 가치는 2조8600억 루블(약 45조 원)이다. 러시아 정부는 이 회사 지분 69.5%를 갖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국영기업 지분을 매각하기로 한 것은 상당한 궁지에 몰려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16년 동안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를 철권 통치할 수 있었던 비결은 주요 돈줄인 기업과 기간산업을 꽉 틀어쥐고 포퓰리즘(인기영합적) 정치를 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유가로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기반마저 매물로 내놓을 수밖에 없게 됐다. 러시아는 2013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4000달러대였지만 지난해엔 8000달러대로 반 토막 가까이 났다. 올해 국민 소득이 더 줄게 되면 푸틴 대통령의 인기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푸틴 대통령은 궁지에 몰려 울며 겨자 먹기로 기간산업의 지분을 매물로 내놨지만 100% 민영화까지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는 1일 “국가가 전략적 기업들의 통제권을 잃거나 헐값에 매각하는 것은 안 된다”며 “국영회사는 러시아에 등록된 구매자들에게만 팔아야 한다”는 지침을 내렸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