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영 스포츠부 기자
따뜻했던 분위기가 갑자기 깨진 것은 엄 이사가 휴대전화로 저녁 뉴스를 본 순간이었다. 자신이 새누리당에서 비례대표 의원직을 제안받았다는 뉴스였다. 엄 이사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알려지지 않기를 원했지만 갑자기 먼저 공개된 데 대한 당혹감이었다. 얼마 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엄홍길 대장과 따로 만나 영입을 제안했다”고 밝혔고 엄 이사의 휴대전화는 쉴 새 없이 울렸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 인기 있는 사람을 쓰고 싶은 마음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예의는 지켜야 했다. 의사를 타진하고 답변을 들을 때까지 최소한의 시간은 기다렸어야 했다. 엄 이사가 고사했다면 의사 타진 사실조차 밝히지 않는 것이 예의다.
엄 이사는 “그래도 나를 높이 평가해준 건 너무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저녁 자리를 마치고 돌아가는 그의 뒷모습이 갑자기 작아 보였다. 자신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한 차례 광풍을 맞아서인지 그렇게 보였다. 엄 이사는 이달 말 제2의 고향인 히말라야로 떠난다.
유재영 스포츠부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