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최근 이 단체의 실무 책임자인 손진호 사무총장(61)에게 뜻밖의 얘기를 들었다. 손 총장은 1982년 체육부가 출범했을 때부터 스포츠와 인연을 맺은 ‘반 스포츠인’이다. 문화체육관광부 핵심 부서 중 하나인 스포츠산업과 과장을 지낸 그는 국립국악원 국악진흥과 과장으로 있을 때 문체부 산하 단체인 장애인체육회 사무총장을 맡아 보라는 얘기를 들었다. 손 총장은 당시 3차례나 고사했다고 했다. 가장 큰 이유는 평생을 일한 문체부를 떠나기 싫었다는 것. 또 다른 이유는 장애인에 대한 정서적 공감대가 필수적인 기관에서 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일부러 수염도 깎지 않고 빨지 않은 셔츠를 입은 채 나갔는데도 면접을 통과한 그는 2012년 출근 첫날부터 수많은 장애인을 만나야 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항의 방문한 장애인들과 대면하는 일도 잦았다. 손 총장은 “당시 사무실 앞에 늘어선 휠체어들을 보면 가슴이 울렁울렁했다. 악수라도 하면 바로 손을 씻었다”고 말했다. 장애인체육회의 사무총장이 그런 말을 해도 되느냐고 물었다. 4월 임기 만료를 앞둔 그는 “지금은 그렇지 않으니 털어놓을 수 있는 얘기”라며 “이제는 휠체어가 아무리 많이 있어도 정겹다. 자부심과 보람을 갖고 일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2관왕에 오르며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 메달 가능성을 높인 조기성(22)은 초등학교 3학년 때 평생 잊지 못할 일을 겪었다. 짝이 된 친구가 무섭다고 울면서 담임선생님에게 자리를 바꿔 달라고 떼를 쓴 것. 아들이 한동안 밖에 나가지 않을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는 조기성의 어머니는 한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느냐. 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다 어른들 탓”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3학년 아이부터 엘리트 공무원이었던 장년까지 우리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선입견은 여전히 뿌리 깊다. 패럴림픽 역도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박종철 장애인체육회 홍보마케팅부 부장은 “과거 일부 과격한 상이군인이나 장애인 넝마주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남아 있는 것 같다. 지금도 따가운 시선을 느낄 때가 있다”고 말했다.
손 총장이 갖고 있던 선입견은 장애인과 함께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깨졌다. 조기성을 보고 울었던 아이는 지금쯤 달라졌을까.
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