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의 극단 대립… 완충하는 제3당 의미 크다 총선결과 ‘호남+비례대표’면 원내교섭 단체 너끈 구성 수도권 패배 예상돼도 연대-합당 유혹에 흔들리지 말아야
황호택 논설주간
중도를 표방하는 국민의당은 보수와 진보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여 당의 정체성 논란을 불렀다. 양심적 보수와 건전한 진보를 아우른 제3당이 나와 좌우의 극단 대립을 완충해 주기를 기대하는 오피니언 리더가 많지만 우리 사회에서 좌우의 원심력이 작동하면서 중간지대가 좁아지고 있다는 시각이 있다. 소선거구제를 시행하는 한국에서 중대선거구나 독일과 같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하기 전에는 제3당이 뿌리내리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과연 국민의당은 새누리당에 어부지리(漁父之利)만 안겨주고 20대 국회에서 의미 있는 정치세력을 형성하는 데 실패하는 것일까. 국민의당이 ‘20석+α’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을지는 야당의 텃밭인 광주 전남의 풍향이 관건이다. 그쪽의 대세는 국민의당이 잡아가는 것 같다. 동교동계가 대다수 국민의당으로 갔다. 천정배 박주선 의원이 국민의당과 합당했고, 박준영 전 전남지사도 곧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변수가 많지만 호남과 비례대표만으로도 국민의당은 너끈히 원내교섭단체 결성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의석수가 많은 수도권에서는 야당의 분열로 새누리당의 승산이 높다. 영국에서 돌아온 DJ(김대중)는 지방선거의 승리를 발판으로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해 1996년 15대 총선에 임했다. 그러나 야당의 분열로 정대철 이종찬 김덕규 등 중진 의원들이 대거 낙선하면서 참패해 전체 299개 의석 중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79명을 당선시키는 데 그쳤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으로 나뉘어 선거를 치르면 15대 총선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총선보다 대선에 관심이 더 큰 안 대표는 “연대나 통합은 없다”고 확언하고 있고 더민주와 총선 연대를 하려 들면 왜 창당을 했느냐는 말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당 차원의 연대는 하지 않더라도 야당 후보 둘이 끝까지 가면 떨어지는 것이 확실한 지역구의 후보들끼리 여론조사 등을 통한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다.
국민의당이 이번 선거에서 제1야당으로 약진하기는 힘들겠지만 어느 정도 세력을 갖춘 제3당으로 자리 잡는 데는 성공해 정치 지형을 바꾸어놓을 수 있다. 총선 패배로 우선 야당의 의석수가 크게 줄면 상습 입법 체증을 부르는 소수결(少數決) 원칙이 돼버린 국회선진화법이 개정되거나 무력화될 것이다. 제3당의 출현과 함께 86 운동권 세력이 의회에서 퇴조한다면 이것도 정치 발전으로 볼 만하다. 발목 잡을 줄밖에 모르는 야당은 쪼개지고 망가져서 확실하게 재건축을 하는 편이 낫다. 그런 면에서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총선이 끝나면 두 야당 중에서 국민의 지지가 높은 대선 후보 쪽으로 의원들이 몰려가면서 합당하는 시나리오를 상상해볼 수도 있다. 과거 DJ가 참패하고도 1997년 12월 18일에 실시된 제15대 대선에서 자유민주연합과 공조해 대통령으로 당선됐듯이 야권에서 정권을 재창출하지 말란 법도 없다.
황호택 논설주간 ht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