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시청률 19.6%를 찍고 종영했다. 지상파에서 방영된 드라마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경이로운 수치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그 후폭풍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지난 겨울은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의 열기로 따뜻했다. 이전 시리즈인 〈응답하라 1997〉〈응답하라 1994〉가 모두 대박을 터뜨렸기에 〈응팔〉은 방영 전부터 기대작으로 손꼽혔다. 그런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케이블에서 방영되는 드라마로서는 이례적으로 19.6%(순간 최고 시청률 21.6%)라는 초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최근 지상파에서도 시청률 20%를 넘은 드라마는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응팔〉은 지난 1월 16일 종영했지만 그 후폭풍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 시절의 인기 가요를 리메이크한 드라마 OST는 아직도 음원 차트 상위권에 랭크 중이고, 드라마 간접 광고에 참여했던 기업들은 쾌재를 부르며 ‘추억의 아이템’들을 소환해 시장에 내놓고 있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큰 수혜자는 여자 주인공 ‘덕선’ 역을 맡았던 ‘혜리’다. 걸그룹 ‘걸스데이’의 멤버였던 혜리는 캐스팅 논란을 불식시키고 이번 드라마에서 누구보다 큰 존재감을 발휘하며 ‘수지’를 잇는 광고계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현재 혜리는 가나초콜릿, 푸마, 너구리, 미장센 등 총 13개 브랜드의 단독 광고 모델이다. 광고업계에 따르면, 혜리가 단독광고로 벌어들인 수익은 약 60억원이나 된다고 한다.
추억소환 ‘응팔템’ 〈응팔〉의 인기로 가장 주목을 받은 기업은 제과업체다. 〈응팔〉의 등장인물들이 당시 유행했던 과자를 먹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면서 4050 세대들의 향수를 제대로 자극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롯데제과는 드라마를 위해 빼빼로와 월드콘, 가나초콜릿, 수박바 등 당시의 인기 과자들을 그대로 재현해 드라마에 협찬했다. 특히 80년대 광고계를 평정했던 배우 이미연의 ‘가나초콜릿’ 광고를 극 중에서 혜리가 그대로 재현한 후 해당 제품의 매출이 40% 가량 신장했다고 한다. 치토스와 스카치, 빠다코코낫, 꼬깔콘 등의 매출도 급등해 PPL 제품 매출이 총 20% 가량 늘어났다는 것이 롯데제과 측의 설명이다.
또 다른 제과업체 ‘빙그레’ 역시 대표 상품인 바나나맛 우유에 1988년 당시 CL 패키지, 서체를 적용한 ‘1988 에디션’을 출시했다. 멀티팩 패키지에는 응팔의 유행어인 ‘이거 정말 반갑구만~반가워요!’라는 문구도 새겨져 있다. 빙그레의 바나나맛 우유 역시 매출액이 전년에 비해 15.2% 상승했다. 하이트맥주의 전신인 크라운맥주도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한정판으로 판매 중이다. 80년대에 최초의 양념치킨을 선보여 폭발적 인기를 모았던 페리카나도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대세 박보검과 이동휘를 모델로 발탁했다.
복고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것은 전자제품 업체들도 마찬가지. LG전자는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합니다’라는 금성사의 1988년 광고 문구를 최근 다시 사용하고 있다. LG전자의 전신은 극 중 정봉의 아버지가 대리점장으로 있는 금성사다. 삼성전자 역시 80년대에 선보였던 당사의 텔레비전과 최신 텔레비전을 비교하는 글을 회사 블로그에 올리는 등 ‘응팔 마케팅’ 대열에 합류했다.
원래 패션은 돌고 도는 것이라지만 〈응팔〉은 복고패션의 인기에도 큰 몫을 했다. 주인공들이 입고 나오는 청청패션이나 떡볶이 코트, 항공점퍼 등이 요즘 다시 재조명되고 있는 것. 여러 패션브랜드들은 당시의 인기 아이템을 그대로 재현한 제품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빈폴의 더플코트와 리복의 스니커즈가 대표적인 예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드라마가 몰고 온 후폭풍은 좀처럼 식지 않을 것 같다. 어쩌면 이번 ‘응팔 열풍’은 팍팍한 2016년의 현실에 희망이 남아있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 아닐까.
글 · 정희순 | 사진 · CJ E&M, 롯데제과, 하이트진로 제공 | 디자인 · 김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