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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서 눈칫밥 먹는 게임, 해외선 펄펄 난다

입력 | 2016-02-04 03:00:00

국내업체들 2015년 실적 역대최대




국내 게임업체들이 전 세계 시장에서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수준 높은 그래픽과 스토리, 철저한 현지화로 전 세계 시장에서 잇달아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3일 국내 게임회사 컴투스는 지난해 연 매출이 4335억 원으로 2014년 대비 85% 늘어나는 등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체 매출 가운데 84%(3634억 원)를 해외에서 올렸다.

게임빌도 지난해 매출 1523억 원 가운데 60%(903억 원)를 해외에서 달성했다. 국내 1위 게임회사 넥슨은 지난해 3분기(7∼9월) 중국에서 매출 41%를 올렸다. 한국(40%)보다 많은 것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선전이 게임 회사 성장의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

○ 현지화로 해외 시장 공략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 코타카사블랑카몰에서 열린 넥슨의 ‘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카스)’ 대회장. 행사장 곳곳에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게임을 구경했다. 3회째 열리는 이번 대회에는 한국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중국 대만 일본 베트남 등 총 7개 국가의 선수들이 참가해 승부를 펼쳤다. 카스는 참가자가 특수부대 요원이 돼 적을 섬멸하는 게임이다. 대회장을 꽉 채운 수백 명의 응원 팬들은 선수들의 손동작 하나하나에 열광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국내 게임회사가 글로벌에서 성공할 수 있는 이유는 현지인들에게 맞는 특화 전략을 세웠기 때문이다. 국내 게임 유저들이 화려한 그래픽과 게임 속 몬스터를 공격하는 장면을 과장되게 묘사하는 등 이른바 ‘타격감’을 원한다면, 북미 이용자들은 머리를 써가며 전략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선호한다. 게임 회사들은 철저한 현지 조사로 사전에 이 같은 특징을 파악해 게임에 적용했다.

최근에는 국내 게임회사들이 기획 초기 단계부터 해외 진출을 고려해 게임을 만든다. 2000년도 초반부터 글로벌 서비스를 통해 확보한 세계 게임 이용자들의 데이터와 해외 마케팅을 위한 현지 기업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이런 시도가 가능해졌다.

글로벌 시장 확장을 위해 해외 게임회사를 아예 인수합병(M&A)한 사례도 있었다. 넷마블게임즈는 지난해 7월 미국 유명 모바일 게임사 에스지엔(SGN)에 1500억 원을 투자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2014년 17%에 불과했던 해외 매출 비중이 지난해에는 28%까지 급증했다.

○ 부정적 시선이 게임 발전 걸림돌


국내 게임산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냉랭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콘텐츠산업 매출액에서 게임 산업의 비중은 2014년 기준 10.5%로 전체 11개 콘텐츠 산업군 가운데 다섯 번째다. 다만 수출 규모로 따지면 전체 11개 콘텐츠산업군 가운데 56.4%에 이른다. 캐릭터(9.3%), 지식정보(9.1%) 등 2, 3등 산업군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국내보다 해외 시장에서 각광 받고 있는 셈이다.

국내에서 게임을 하나의 ‘산업’으로 바라보려는 의식은 여전히 낮다. 게임이 청소년들을 폭력적으로 만든다든지 높은 중독성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못하게 한다든지 하는 인식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콘텐츠 산업 진흥 정책을 펴고 있지만 게임은 여전히 찬밥신세”라고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토로한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게임을 더 이상 아이들만 하는 오락거리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가 규제의 대상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한국 산업의 한 축으로 키우기 위한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신무경 기자 fight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