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12세 이소정양 음원 출시… 수익금 전액 환아들 위해 쓰기로
고려대 구로병원 제공
3일 오전 서울 강북구 수유동 한빛맹학교에서 만난 시각장애아 이소정 양(12·사진)의 목소리는 맑고 편안했다. 웃는 모습도 예뻤다.
태어날 때부터 희귀난치질환인 ‘레버씨 시신경 위축증’을 앓아온 이 양은 고려대 구로병원 병원학교가 희귀난치질환 및 장애 환아를 위해 제작한 음반 ‘아름다운 세상’의 메인 보컬을 맡았다. 이 학교는 희귀난치질환, 운동장애 등으로 학업을 중단한 환아들에게 교육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2008년에 설립됐다. 이 양은 낯선 기자의 방문에 다소 수줍어했지만 노래에 대해 이야기할 때만큼은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음반은 이 양에게 특별하다. 자신보다 더 아픈 아이들을 위해 제작한 것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세상’ ‘그 사랑이 있기 때문에’ 등 음반에 수록된 노래 4곡은 모두 고려대 구로병원 병원학교의 김원철 사회복지사와 CCM 가수 최덕신이 작사, 작곡한 것으로 긴 투병과 병원 생활로 지쳐 있는 아이들에게 꿈을 주는 내용이다.
이 양은 “가사가 예쁘면서도 희망적이라 좋았다”며 “노래를 부를 때 내가 느끼는 즐거움과 행복을 아픈 친구들이랑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세 자매 중 맏이인 이 양은 동생들을 잘 챙기고, 학교에서도 자신보다 장애가 더 심한 친구들을 살뜰히 돌본다고 한다.
이 양의 꿈은 시각장애 성악가인 안드레아 보첼리 같은 가수가 되는 것. 자신의 이름으로 된 음반도 내고 무대에도 서고 싶다고 한다. 작곡에도 재능이 있는 이 양은 본인이 작곡한 노래를 부르며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번 음반의 음원과 제작 과정을 담은 영상은 4일부터 멜론이나 소리바다 등 음원사이트에 공개된다. 음원 수익금은 전액 병원학교 아이들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또 ‘그 사랑이 있기 때문에’의 일부는 동아닷컴에서도 들을 수 있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