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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호 어문기자
그렇지만 소낙눈과 폭설은 차이가 있다. 소낙눈은 갑자기 세차게 쏟아지다가 곧 그치기에 생활에 큰 불편을 주진 않는다. 그러나 폭설은 며칠씩 내리기도 해 지난번 제주공항 마비사태처럼 하늘길과 뱃길을 막아버리기도 한다.
눈은 모양과 내리는 모습에 따라 종류가 많다. 함박눈은 굵고 탐스러우며, 가루눈은 기온이 낮고 수증기가 적을 때 내리는 가루 모양의 눈이다. 싸라기눈은 쌀알 같은 눈이며, 진눈깨비는 비가 섞여 내리는 눈이다. 눈의 종류가 너무 많은 것 같다고? 눈과 더불어 살아가는 에스키모인들은 눈의 종류를 52가지로 나눠 부른다.
‘눈꽃’은 나뭇가지에 꽃이 핀 것처럼 얹힌 눈이다. 말 그대로 설화(雪花)다. ‘서리꽃’은 유리창에 서린 김이 얼어붙어 생긴 꽃 같은 무늬이고, ‘상고대’는 서리가 나무나 풀에 내려 눈같이 된 것을 말한다.
아 참, 순백의 골목을 걸으며 남긴 건 발자욱일까, 발자국일까. 시어(詩語)로 ‘발자욱’을 쓰기도 하지만 표준어는 ‘발자국’이다. 북한에서는 둘 다 쓰고 있다. 혹시 ‘눈석임한다’는 표현을 아시는지. 이는 쌓인 눈이 속으로 녹는 것을 말한다. 그러니 눈석잇길은 질척질척해진 길이다. 이런 길에는 발자국을 남겨도 그리 즐겁지 않다.
‘어느 머언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이 한밤 소리 없이 흩날리느뇨….’ 김광균 시인의 설야(雪夜)를 다시 읽고 아직도 누군가가 그립거나 마음속에 등불을 켜고 싶어진다면 당신은 여전히 청춘이다.
손진호 어문기자 songba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