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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향자 前삼성전자 상무 “정치권과 기업, 서로 너무 오해… 소통에 힘쓸것”

입력 | 2016-02-05 03:00:00

‘여상 출신 성공 신화’ 양향자 前삼성전자 상무의 정치권 23일




최근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가 4일 국회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입당 과정과 포부 등을 밝히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23일이 2년, 아니 20년처럼 느껴져요.”

더불어민주당 입당 이후 정치권 안팎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는 짧은 정치권 생활을 이렇게 표현했다. 하지만 그는 “늘 새로운 게 좋다. 많은 것을 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배우는 게 좋다”고 했다.

그는 더민주당이 최근 영입한 외부 인사 중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이른바 ‘고호녀(고졸, 호남, 여성)’라는 사회적 편견과 한계를 극복하고 굴지의 대기업에서 임원까지 됐다는 점 때문이다. 양 전 상무는 주민이 200명 정도 되는 전남 화순군 이양면 쌍봉리 조그만 시골 마을 출신이다. 20일 남짓 정치권 경험을 한 ‘새내기’ 정치인 양 전 상무를 4일 국회에서 만났다.

양 전 상무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을 향해 “과거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참여 전력에 대해 호남 민심은 유감 표명을 원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후 공개 사과하고 광주를 찾아가 5·18민주묘지에서 무릎을 꿇었다. ‘김 위원장의 유감 표명이 충분하다고 보나’라고 묻자 양 전 상무는 “그건 광주시민이 판단해야 한다. 내가 더 할 얘기는 아닌 것 같다”며 무척 조심스러워했다.

이날 가까스로 국회를 통과한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을 놓고 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삼성 특혜법’ 주장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그는 “공부하고 있다. 사실 의문이다. 삼성이 어떤 이익을 볼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공부가 더 필요하겠지만 의문이 있다”고 대답했다. 당내 일부 강경파 의원이 주장하는 ‘재벌 개혁’에 대해서도 “정치권과 기업이 왜 이렇게 불협화음이 많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서로를 너무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삼성에서 임원까지 했으니 그런 부분은 좀 더 이해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평소 정치에 관심이 있었는지를 묻자 그는 “솔직히 무관심했다. 업무상 만나보면 다들 참 따뜻한 분들인데 왜 이렇게 욕을 먹을까 궁금한 정도였다”고 했다. 이어 “삼성 임원들은 정치인을 잘 만나지 않는다. 정치인은 스스로를 과대포장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은 성과로 보여야 하고, 그게 대치되는 부분이다”라고 덧붙였다.

영입 과정을 물었다.

“지난해 당에서 여러 번 연락이 왔고, 문재인 (당시) 대표와 5시간 동안 얘기를 나눴는데 처음엔 죄송하다고 하시더군요. 동아일보에 난 내 기사를 보고 눈물이 났다며 자신이 정치해 온 얘기를 하셨어요. 문 전 대표의 고민이 국민의 고민이고 그런 부분에서 내가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남편의 반대가 심해 문 전 대표를 만날 때는 남편과 같이 나갔다고 했다. 그는 “문 전 대표를 만나고 오는데 남편이 흔쾌히 ‘당신 해 봐’라고 했다. 문 전 대표가 마력(魔力)이 있나 보다”라며 활짝 웃었다.

어떤 정치인이 되고 싶은지 묻자 그는 “상식적으로 노력하며 사는 사람들이 잘 사는 나라가 돼야 하지 않겠나. 삼성 다니는 사람조차 아이 못 낳겠다는 사람이 정말 많다. 그런 사회가 지속되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답했다. “젊은이들한테 꿈을 물어보기 미안한 사회가 된 것 같아요. ‘헬조선’이라는 말을 들으면 가슴 아프죠.”

‘이미지나 생각이 안철수 의원과 잘 맞을 것 같다. 국민의당은 생각이 없었나’라고 물었다. “솔직히 국민의당에서는 연락이 없었어요.(웃음) 생각해 본 적 없어요. (고향) 어른들은 거기서(국민의당) 나왔으면 당선될 텐데 하면서 아쉬워하시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그게 아닌 것 같다고 하시네요. 더민주당이라고 해서 들어오고 국민의당이라고 해서 안 가고 하는 생각 자체를 안 해봤어요.”

출마 희망 지역에 대해 그는 “지역에서 왜 안 오느냐는 얘기를 많이 한다. 하지만 당이 승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하다. 내년 대선까지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 전 상무는 고향과 가까운 광주 동구와 남구, 광산구 출마설이 나오고 있다. 광산구는 삼성전자 광주공장이 있다. ‘삼성 임원 연봉이 상당히 많았을 텐데 아깝지 않나’라고 하자 그는 큰 소리로 웃으며 “아마 남편이 가장 아깝다고 하지 않겠나”라고 대답했다.

길진균 leon@donga.com·차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