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여중생’ 사건… 경찰, 목사부부 살인죄 적용 검토
목사 아버지에게 폭행당해 숨진 채 1년 가까이 방치됐던 이모 양(사망 당시 13세)이 외상에 따른 충격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경기 부천소사경찰서는 “이 양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외상에 따른 쇼크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1차 소견을 통보해 왔다”고 4일 밝혔다. 외상에 따른 쇼크사는 극심한 고통이나 스트레스로 갑작스레 혈압이 낮아지고 뇌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으면서 사망에 이르는 증상이다. 오랜 시간 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하다 맞은 부위에서 오는 큰 통증을 감당하지 못해 숨졌을 수 있다는 얘기다.
국과수는 “대퇴부(넓적다리)에 비교적 선명한 출혈이 관찰됐지만 골절이 없고 복강(배 안)에도 출혈이 없었다”며 “정확한 사인은 현미경 검사 등 정밀감정을 거쳐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양 부모는 이 양의 도벽과 가출로 골머리를 앓아 왔다고 경찰에 주장했다. 이 양은 2012년부터 계모 백 씨의 여동생(39) 집에서 지냈다. 이 양의 이모부는 본보에 “이 양을 친딸처럼 생각하며 키웠는데 2013년경부터 어른들 돈에 손을 댔다”며 “2015년 들어서는 아빠 교회 헌금을 훔치다가 걸렸는데 금액이 수십만 원, 수백만 원까지 커졌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계모 쪽 친척들은 이 양을 계도하려 애썼던 것으로 보인다. 사망 6일 전인 지난해 3월 11일에도 이 양은 절도 건으로 아버지에게 맞았다. 당시 백 씨의 여동생은 속옷만 입고 있던 이 양에게 연고를 발라줬다. 이 씨는 이날 면회 온 아내 백 씨 가족들에게 “(딸 때문에) 면목이 없다”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이 씨의 큰아들(19)과 둘째 딸(18)은 부모가 체포될 때까지 막냇동생이 폭행당하고 사망한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큰아들 이 군은 “(이 양 사망 건은) 매우 슬픈 일”이라면서도 “(계모 체포 등은)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군은 동생의 시신이 발견되기 전에 진행된 경찰 조사에서도 “나는 2012년경 집을 나왔기 때문에 동생 실종은 잘 모르는 일”이라고 진술했다. 이 군은 한동안 부천에서 홀로 지내다 최근 들어 친척들의 보호를 받으며 부천에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 이 씨 부부에게 아동학대특례법상 아동학대 치사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함께 체포된 백 씨 여동생에게는 아동학대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은 이 양 부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도 검토하고 있다. 사건은 11일쯤 검찰에 송치될 예정이다.
이날 S신학대는 이 씨를 해임했다. 지난 1년간 이 씨 강의를 들어온 학생 100여 명에겐 외상 후 스트레스 심리 상담을 진행하기로 했다.
부천=박창규 kyu@donga.com·박희제·김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