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직 못해 생활苦… 짜증 나서 그랬다” “테러단체와 연락 주고받은적 없어”… 페북에 ‘공항 보안 허술’ 글 올리기도
지난달 29일 인천국제공항 화장실에 폭발 의심 물체를 설치한 용의자 A 씨가 공항 폐쇄회로(CC)TV에 찍힌 모습. 인천지방경찰청 제공
인천국제공항 ‘폭발물 상자’ 사건의 피의자 A 씨(36)는 4일 인천공항경찰대에 붙잡힌 뒤 범행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그는 국내 한 음대에서 비올라를 전공하고 대학원까지 졸업한 ‘엘리트’였다. 하지만 졸업 후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번번이 취직에 실패했고 결혼하여 지난해 아이까지 낳으면서 생활고에 시달렸다. 종종 병원에서 환자를 옮기는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사회에 대한 불만이 갈수록 커져갔다.
A 씨는 화풀이할 곳을 찾았다. 최근 밀입국 사건으로 시끄러웠던 인천공항이 떠올랐다. 다시 한번 공항을 시끄럽게 하고 싶었다. 작은 화과자(和菓子) 상자에 기타줄 3개와 전선 4조각, 건전지 4개를 담았다. 냉장고에 있던 브로콜리와 양배추 바나나껍질도 넣었다. 겉에는 폭발물처럼 보이도록 부탄가스통과 라이터용 가스통, 500mL짜리 생수병을 부착했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화면을 분석하고, 공항철도 요금 결제 명세를 확인해 A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한 뒤 이날 집에서 검거했다. A 씨는 경찰에서 “이슬람국가(IS) 등과 같은 테러단체에 가입하거나 연락을 주고받은 적은 없으며 실제로 폭발물을 터뜨릴 생각도 없었다”고 진술했다. 조사 결과 A 씨는 2003년부터 조울증을 앓아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지난해 형편이 어려워 치료를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입국 기록은 없었다. 경찰은 폭발성 물건 파열 예비음모 및 특수협박 등의 혐의로 A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이날 인천공항을 찾아 CCTV 분석을 통해 A 씨를 용의자로 지목해 체포한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 김순천 경위(49)를 1계급 특진시켰다.
인천=황금천 kchwang@donga.com / 조동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