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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 日시민단체의 ‘윤동주 시비 건립’ 불허…이유는?

입력 | 2016-02-05 16:58:00


교토 도시샤 대학의 윤동주 시비


일본 지방자치단체가 윤동주(1917~1945) 시비(詩碑) 건립을 불허했다고 도쿄신문이 5일 보도했다.

니시오카 겐지(西岡健治) 후쿠오카현립대 명예교수가 주도하는 일본 시민단체 ‘후쿠오카에 윤동주 시비를 설치하는 모임’은 시비를 후쿠오카(福岡) 모모치니시(百道西)공원에 세우려 했으나 지난해 여름 관할 구청으로부터 ‘불허’ 통보를 받았다.

구청 측은 윤동주가 후쿠오카에서 유명하지 않고, 후쿠오카 시에 공헌한 인물도 아니라며 불허 결정을 내렸다고 신문은 전했다. 윤동주 시비가 “시민의 교양에 값 한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윤동주 시비 모임은 일본의 대학교수와 시인 등이 지난해 2월 결성했다. 후쿠오카형무소 터와 가깝고 추도식을 해마다 열어온 모모치니시공원이 건립지에 어울린다하여 관할 지자체인 사와라(早良) 구청에 설립 허가를 요청했다.

후쿠오카 시에 따르면 개인을 기리는 비는 9개 공원에 15기가 건립돼 있다. 시민들의 뜻으로 세운 중국인 문학가 등 외국인의 비도 있다.

구청이 이런 결정을 내린 데는 결정 당시의 한일 관계, 현 아베 정권의 성향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후쿠오카 시는 안보관련법이 심의 중이던 지난해 여름 태평양전쟁 관련 전시회의 후원자로 이름을 올려달라는 다른 시민단체의 요청도 거절한 바 있다.

니시오카 교수는 “시비는 역사를 바로 보는 계기가 될뿐만 아니라 일본인의 손으로 세운다면 상호 이해도 깊어질 것”이라며 “비를 세우기 위한 모금 활동은 계속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나가사키(長崎)대 다카미 야스토시(高實康稔) 명예교수도 “나가사키 시의 경우 지난해 포로수용소에서 사망한 외국인 병사 추도비를 시민 제안으로 시유지에 세웠다”며 “공공장소에 시민의 뜻으로 전쟁의 기억이나 특정 인물을 기리는 비를 세우는 예는 일본에서 드물지 않으므로 (윤동주 시비 건립을) 다시 검토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만주에서 태어난 윤 시인은 일본 교토(京都) 도시샤(同志社) 대학에서 유학하던 1943년 7월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붙잡혀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광복을 6개월 앞둔 1945년 2월 16일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