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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지내고 여행지로… 北 미사일엔 “또 쐈네” 무덤덤

입력 | 2016-02-10 03:00:00

[설 연휴 국내외 표정]




서울에 사는 회사원 황종권 씨(30)는 설을 맞아 조금 일찍 부모가 있는 충북 청주시에 내려갔다. 조부모가 사는 충북 영동군까지 들러 새해 인사를 한 뒤 8일 비행기에 올랐다. 그는 태국 방콕에서 2박 3일을 보낸 뒤 10일 귀국할 예정이다. 황 씨는 “직장 초년생인 친구 3명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려고 일정을 조율하던 중 마침 대체공휴일 덕분에 여유가 생겼다”며 “부모님도 이해해주셔서 큰 부담 없이 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 고향 들렀다가 휴양지로, 외국으로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은 으레 가족, 친지들과 함께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곤 했다. 그러나 대체공휴일 도입으로 늘어난 휴일과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달라진 생활방식은 명절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올해는 10일이 대체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연휴가 닷새로 늘었다. 이에 따른 가장 큰 변화는 ‘D턴족’(명절에 잠시 고향에 들렀다가 여행지를 찾는 사람들)의 증가다. 휴일이 하루 더 늘자 고향에서 설을 쇤 뒤 여행지로 가서 즐기고 귀가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서울 종로에서 자영업을 하는 최모 씨(58)는 7일 경기 성남시에 있는 큰집에 간 뒤 다음 날 차례를 지내고 아내와 함께 바로 강원 속초시로 떠났다. 2박 3일간 친구 부부와 함께 동반 여행을 선택한 것이다. 최 씨는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는 명절마다 항상 가족이 모였지만 이제는 차례만 지내고 각자 시간을 보내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실제 설 연휴 기간 강원 지역 스키장이나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주요 관광지에는 여유로운 휴일을 보내려는 이들이 몰려들었다. 보광휘닉스파크 관계자는 “예년보다 20%가량 고객이 증가했다. 특히 20, 30대 젊은층이 많았다”고 밝혔다.

아예 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올해는 11, 12일 양일간 연차를 내면 9일에 달하는 ‘황금연휴’가 생겼다. 6일 홀로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회사원 류민정 씨(29·여)는 “대학 시절 어학연수를 다녀온 시카고에 갔다가 뉴욕 관광을 즐기고 올 예정”이라며 “마음에 드는 미술관이나 카페도 둘러보며 여유 있는 휴가를 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1인 문화 확산에 따라 류 씨처럼 ‘나 홀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인터파크투어에 따르면 이번 설 연휴기간 해외항공편 예약자 중 36%는 홀로 떠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 경기 침체에도 설 매출은 늘어

국내 백화점과 대형 마트들의 설 선물 매출은 지난해 설보다 10%가량 늘었다. 롯데백화점은 설 선물세트 판매기간(1월 11일∼2월 6일)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5% 증가했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도 매출이 지난해보다 각각 8.8%, 8.3% 늘었다. 서민들이 많이 찾는 대형 마트 설 선물세트도 지난해보다 매출이 10% 안팎 증가했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 마트 3사 모두 4% 미만의 낮은 매출 성장세를 보였던 지난해 설과는 다른 모습이다. 유통업계는 예약 판매량 증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예약 상품은 일반 판매 상품보다 10%가량 싸서 좀 더 알뜰하게 선물을 준비할 수 있다.

5일부터 8일까지 약 441만 명이 극장을 찾았다. 지난해 약 505만 명보다는 다소 적은 수치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3일 개봉한 강동원 황정민 주연의 영화 ‘검사외전’은 설 연휴 중 약 326만 명을 모으며 8일 현재 누적 관객 약 430만 명으로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쿵푸팬더3’가 5∼8일 약 74만 명을 모아 뒤를 이었다.

○ 북한 미사일 발사에도 시민들은 덤덤

명절이면 정치, 사회 등 다양한 주제의 이야깃거리가 밥상에 오르기 마련이다. 정작 7일 발생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소식은 큰 화제가 되지 못했다. 회사원 박호건 씨(27)는 “가족이 오랜만에 모인 만큼 서로 할 얘기도 많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는 데 집중하다 보니 북한 얘기는 무심하게 지나쳐 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국인들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미국인 영어학원 강사 션 보데트 씨(24)는 “지난해 8월 한국에 처음 왔는데 이후 북한의 도발 상황을 많이 접해봐서 이미 익숙해졌다”며 “이번에도 심각하지 않은 위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창규 kyu@donga.com·최고야·이새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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