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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대화’ 언급 안해… 제재 강조로 뚜렷한 중심이동

입력 | 2016-02-10 03:00:00

[北 장거리미사일 발사/대북제재 어떻게]오바마와 22분, 아베와 17분 통화




北 미사일 발사 1시간 만에 긴급 NSC 소집 박근혜 대통령은 7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직후 청와대에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했다. 박 대통령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하루속히 강력한 제재 조치를 만들어 내야 할 것”이라며 “한미동맹 차원에서도 대응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9일 미국 일본 정상과 연쇄 전화회담을 한 건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한미일 3국의 굳건한 공조 체제를 재확인했음을 의미한다. 동북아 안보 지형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 전선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는 오전 11시 20분부터 약 22분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는 오전 11시 50분부터 약 17분간 각각 통화했다. 세 정상 간에 이뤄진 통화의 핵심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강력한 대북 제재 결의를 추진하고 양자 및 다자 차원의 제재 조치까지 취해 대북 압박을 극대화하자는 것이다. 청와대가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이날 한미, 한일 정상 간 통화에서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에 대한 논의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박 대통령의 대북 정책 초점은 대화보다는 제재 쪽으로 확실히 무게이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에도 박 대통령은 대화의 끈을 완전히 놓지는 않았다. 지난달 25일 외교안보 분야 업무보고에서 박 대통령은 “북한과 제대로 된 대화를 하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고 통일 환경을 조성해서 북핵을 궁극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7일 미사일 발사 직후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9일 미일 정상과의 통화에서는 대화를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7일 발표한 정부 성명은 북핵 6자회담 등 그동안의 대화 노력에 대해 “북한에 핵 고도화를 위한 시간을 벌어준 결과가 됐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중국과는 미묘한 긴장관계가 계속되고 있다. 미사일 발사가 임박했던 5일 한중 정상 간의 통화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대화를 통한 해결’이라는 기존 태도를 유지했을 뿐 달라진 게 없었다. 7일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 논의를 공식화하자 중국 정부는 김장수 주중 한국대사를 불러 항의했다. 다만 정부 고위 관계자는 “중국의 속내를 확인하려면 유엔 안보리 제재 논의가 끝날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유엔 안보리 이사국을 대상으로 강력한 대북 제재 결의 도출을 설득하기 위해 9일 미국 뉴욕으로 출국했다. 윤 장관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만난 뒤 대북 제재에 미온적인 중국 러시아 베네수엘라(의장국) 등 안보리 이사국 대표를 만나 설득할 계획이다.

윤 장관은 독일로 이동해 11∼13일(현지 시간) 뮌헨 안보회의에 참석한다. 12일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의 회담이 예정돼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의 회동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장관은 출국에 앞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한) 안보리 언론성명이 아주 강력하게 나왔다”며 “이런 모멘텀을 토대로 안보리 이사국, 핵심 우방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외교 당국자는 “석유·식량 제재부터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관과 개인도 제재) 조항까지 미중 간 이견이 커 대북 제재 결의 도출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장택동 will71@donga.com·우경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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