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도 생기가 충만한 나무터에는 아파트형 집을 짓고 산다. 동아일보DB
안영배 전문기자·풍수학 박사
“20여 개 동이 있는 아파트 단지인데 최근 3년 사이 몇 개 동에서 서울대 합격생이 8명이나 나왔다고 하더군요. 다른 일류대에도 많이 들어갔고요. 그런데 대형 평수가 있는 다른 동에서는 사업하는 사람들이 입주했다가 족족 망해서 나갔다고도 해요. 그래서 도깨비 터라고 숙덕거리는 것 같아요.”
#2. 서울 인왕산 자락을 끼고 10여 개 동이 오밀조밀 들어선 B아파트 단지. 중고교 아이들이 공부 잘하는 단지로 소문난 곳이다. 이 아파트에서 10여 년째 살고 있는 주부 김모 씨(53)는 서울 강남의 어느 유명 학군 아파트에도 꿀리지 않는다고 자부했다.
인천과 서울 강북 지역의 특정 아파트와 특정 동에서 SKY대를 비롯한 일류대 진학생을 많이 배출하는 것은 우연일까, 아니면 다른 요인이 있을까. 같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희비가 엇갈리는 것은 또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두 아파트를 풍수적 시각으로 살펴봤다.
인천의 A아파트 중에서 50평형대로 구성된 특정 동은 천기(天氣)와 지기(地氣)가 만나 형성된 생기혈(生氣穴)이 3층 간격으로 맺혀 있는 형국이었다. 오행(五行)의 기운으로 분류하자면 집중력과 성취력을 높여주는 목(木) 에너지가 많았다. 이곳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이 성적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될 만했다. 반면 60평형대로 이루어진 일부 동에서는 땅의 살기(殺氣)인 암반 수맥대가 폭넓게 형성돼 있었다. 이런 터에서 오랫동안 살면 건강은 물론이고 생업까지 좋지 않은 영향을 받는다. 전체적으로 이 아파트 단지는 갯벌을 매립한 터에 들어서 있는데, 수맥파의 영향을 받는 동과 명당 기운이 깃든 동이 명확히 구별되는 곳이었다.
정작 도깨비 터로 불릴 만한 곳은 서울의 B아파트 단지. 옛 명문고교 터에 들어선 이 아파트는 단지의 대부분이 인왕산의 강한 지기를 받는 생기혈 명당이었다. A아파트의 특정 동처럼 목기가 풍성하다 못해 흘러넘치고 있었다. 터의 기운을 감당해내는 사람들은 그 혜택을 보지만, 터의 기운에 치이면 떠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기가 셌다. 이를 두고 ‘도깨비놀음’이라고 한다. 터의 기운과 잘 사귀면 하는 일이 술술 풀리지만, 그렇지 못하면 터에서 쫓겨날 수밖에 없는 오묘함을 도깨비에 비유한 것이다.
터와 사람의 교류는 고전 양택서인 ‘황제택경(黃帝宅經)’에서도 중요하게 다룬다. 사람은 집으로 말미암아 바로 서고, 집은 사람으로 말미암아 존재하니, 사람과 집은 서로 돕는 관계라는 것이다. 중국 위진시대의 죽림칠현(竹林七賢) 중 한 명으로 유명한 혜강(5康)은 명당의 기운을 누릴 수 있는 조건을 제시했다. 그는 “집이 길하다고 해서 모두 복을 받는 것은 아니다. 군자가 순리에 따라 적덕(積德)을 행해야만 원래의 길함을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영배 전문기자·풍수학 박사 oj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