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뉴스룸/신수정]그들의 세상이 오고 있다

입력 | 2016-02-10 03:00:00


신수정 산업부 기자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한 강의였어요. 다른 것을 설명할 때는 졸린 눈을 하고 있다가 복리후생 제도를 설명하니 눈이 반짝거리더라고요. 끝나고 질문을 해보라고 하자 대부분 해외 유학 및 주재원 제도를 묻는 거예요.”

“요즘 젊은 친구들이 직장보다는 가정, 취미생활을 우선시한다고 하던데 제 경험으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시간이 빠듯한 개발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20, 30대 연구원들이 누구보다 헌신적으로 일했습니다.”

기자가 최근 만난 두 대기업 임원들은 각자 경험한 ‘밀레니얼(millennial) 세대’에 대해 상반된 평가를 내놨다. 실제로 밀레니얼 세대를 바라보는 기성세대들의 평가는 극과 극이다. (본인이 가진 능력에 비해) 자신감이 넘치고 자기애가 강하다, 게으르고 버릇없다, 이기적이고 냉소적이라는 혹평부터 스마트하고 창의적이다, 타인과 타 문화에 대해 포용력이 크다 등의 호평까지 평가 스펙트럼이 넓은 편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에 태어나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자랐고, 이전의 어떤 세대보다 교육을 잘 받았으며 어릴 때부터 디지털 기기와 인터넷 속에서 살아온 이들로 정의할 수 있다. 현재 10대 후반부터 30대 중반까지 걸쳐 있는 이들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세대이다.

이들의 영향력을 먼저 간파한 곳은 글로벌 기업들이다. 전 세계적으로 약 25억 명으로 추정되는 밀레니얼 세대는 전 세계 소비의 30% 이상을 담당해 향후 30년간 소비 시장 전반을 좌지우지할 이들로 꼽힌다. 디지털 기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무장해 본인이 산 제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주변 가족과 친구뿐 아니라 인터넷상의 불특정 다수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들의 영향력은 산업뿐 아니라 정치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당장 대통령선거를 앞둔 미국에서는 그들의 부모 세대인 베이비붐 세대와 함께 선거의 판도를 바꿀 만한 세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 수는 7480만 명으로 베이비붐 세대(7540만 명)에 밀리지 않는다. 이미 2008년, 2012년 친민주당 성향이 강한 밀레니얼 세대는 버락 오바마의 승리에 기여한 바 있고 최근엔 버니 샌더스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영국의 경제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도 최근호에서 밀레니얼 세대를 조명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인류 역사상 가장 스마트한 젊은 세대인 밀레니얼 세대에 대해 세상이 갖고 있는 여러 오해와 편견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만들어갈 세상이 지금보다는 좀 더 공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아직 한국에서는 밀레니얼 세대의 잠재력과 영향력에 덜 주목하고 있는 것 같다. 변화와 희망을 상징하는 밀레니얼 세대라는 단어보다는 ‘88만 원 세대’ ‘흙수저 세대’ 같은 다소 비관적 용어들이 20, 30대 젊은이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요즘이다. 시간은 흘러가고 지금의 20, 30대가 주류인 시대도 다가올 수밖에 없다. 변화와 희망, 다양성, 포용으로 상징되는 이 새로운 인류가 만들어갈 한국 사회가 지금보다는 좀 더 나아진 곳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수정 산업부 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