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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윤신영]인공지능과 일자리의 미래

입력 | 2016-02-10 03:00:00


윤신영 과학동아 편집장

얼마 전 ‘미래의 인재를 키우려면 과학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열린 작은 집담회에 참여했다. 과학교육 전문가, 기업과 연구소의 인재교육 담당자 등과 대화를 했는데, 화제는 단연 인공지능이었다. 지금 인간이 하고 있는 작업의 상당 부분을 인공지능이 대신할 미래가 되면, 과연 인간이 할 역할이 남아 있을까. 남아 있다면, 그 일을 위해 인재를 어떻게 교육해야 할까. 특히 과학의 영역에서는?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인공지능이 발달해 사라질 직업 목록의 상위에는 늘 기자도 포함되니까. 이미 간단한 기사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꽤 그럴듯하게 작성하고 있다. 알아서 정보 수집해서 문장을 직조해 내는데, 사람이 만든 것 못지않다. 한국의 언론사에서도 몇 년 전부터 이 사실을 알고 논의를 하고 있지만, 딱히 뾰족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공지능이 넘보지 못할, 사안의 본질을 꿰뚫는 풍성하고 이야기성이 강한 기사를 써서 기계와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고 막연하게 말할 뿐.

이런 말을 들을 때면 인공지능의 위협을 좀 과소평가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우선, 이야기라는 게 사람만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매우 독창적인 창조물이 아니다. 예를 들어 상업적인 영화나 드라마만 해도, ‘흥행 공식’이라는 비유에서 알 수 있듯 어느 정도 성공이 보장되는 이야기 구조와 패턴, 인물 직조 방식이 있다. 이런 패턴을 몇 가지(물론 그 수가 꽤 방대하겠지만) 조합하면, 기시감이 느껴질 수는 있지만 똑같지는 않은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데이터에 기반을 두고 언어를 만들어 내는 것은 인공지능의 전문 분야다. 실제로 미래엔 아예 스토리텔링을 기계에 맡기자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예술로 넘어가면, 이미 인공지능 화가가 있다. “고흐풍 초상화를 그려 주세요.” 이런 구체적인 주문도 가능하다. 고흐풍이 무엇인지 말해줄 필요도 없다. 그림 한두 장을 입력하면 알아서 고흐의 느낌을 파악해 ‘별이 빛나는 밤에’나 ‘귀를 자른 자화상’풍으로 그려준다. 감수성이나 창의성, 기예, 개성 같은 속성이 사람만의 영역이라고 믿는다면, 이젠 살포시 접어둬도 좋겠다. 인공지능이 그린 희한한 그림을 한 번 보고 나면, 오히려 인간의 상상력이야말로 그동안 보이지 않는 제약에 억압돼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될 테니까 말이다.

그럼 정말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다 빼앗을까.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현장 연구자들은 인공지능을 다시 세분한다. 인간처럼 자의식을 갖고 여러 일을 수행하는 ‘강한’ 인공지능과, 인간이 지정한 특정 임무를 잘하는 ‘약한’ 인공지능이다. 강한 인공지능은 요원하지만, 약한 인공지능은 발전 속도가 빠르다. 위에 말한 예들은 다 약한 인공지능이다. 이들이 제 아무리 최신 데이터 학습 기술을 바탕으로 창조성이라고 불리던 인간의 영역을 건드린다 해도, 당분간은 특정 목적에만 국한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염려스럽다. 단순 업무 외에 자동 통·번역, 의료 보조 등 상당수 전문가 시스템은 재편이 불가피할 것이다.

1990년대에 인공지능이 체스 마스터를 이긴 이후, 서양에서 체스의 인기가 급락한 바 있다. 이제 이런 일이 도처에서 벌어질 것이다. 인공지능 산업이 발달해 새 일자리가 생길 거라는 전망도 있지만, 일부 직능에 국한될 가능성이 크다. 차라리 기술 바깥에서, 모두에게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할 것을 고민할 때가 아닌가 싶다. 3월로 예정된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의 도전은, 그 안전망이 필요한 시기가 생각보다 이를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윤신영 과학동아 편집장 ashill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