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평판 등 연성정보 바탕 대출… 지역기반 탄탄한 지방銀서 활발
은행은 수요발굴, 中企는 자금안정… 금융당국도 대상업종 확대 등 지원
KEB하나은행의 김병구 신목동지점장(오른쪽)이 관계형 금융으로 대출을 받은 업체 대표와 함께 이 업체가 생산하는 제품 중 하나인 엘리베이터 부품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 “CEO만 봐도 기업 평가 가능”
각 은행들은 관계형 금융을 위해 ‘연성(軟性) 정보 심사표’를 활용하고 있다. 회사 대표나 업체의 정보 가운데 계량화하기 어려운 비재무적 내용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수단이다.
KEB하나은행은 대표자의 동종업종 업력, 노사관계의 안정성, 경영자의 윤리의식 등 30여 개 항목을 각각 A, B, C등급으로 평가한 뒤 이를 합산해 점수화한다. 대표자가 공공기관이나 관련업계로부터 표창을 받은 경력이 있다면 가점도 주어진다.
이용재 하나은행 심사역은 “총 92점 만점 중 80점 이상을 받은 우수 업체는 재무제표와 신용등급에서 다소 낮은 평가를 받더라도 대출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 올해부터 적용 업종 늘어
지방은행들은 해당 지역의 전통시장이나 산업공단마다 영업 기반을 탄탄히 확보하고 있어 시중은행에 비해 관계형 금융을 추진하기가 더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지난해 총 17건(137억 원)의 관계형 금융 대출을 해준 부산은행 녹산공단지점의 조성우 차장은 “한 냉장고 제조업체는 담보도 적고 전혀 알려지지 않은 회사라 대출이 어려웠는데 업소용 냉장고 시장 점유율이 50%나 된다는 사실을 알게 돼 대출을 해주기도 했다”며 “지점별로 거래 업체의 평판이나 내부 사정 등을 데이터베이스(DB)화해 둔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 업종에 국한됐던 관계형 금융의 취급 대상 업종을 전체 업종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포함한 개선책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이런 시류에 맞춰 최근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고 있는 시중은행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올해부터 직원들의 성과평가지표(KPI)에 관계형 금융 실적을 반영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관계형 금융을 통해 국내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이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시중은행보다는 지방은행과 저축은행 등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금융회사가 관계형 금융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