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뉴햄프셔 예비경선 압승… 일반 유권자 63% 최고 투표율 워싱턴 기성정치에 분노 표출
9일(현지 시간) 미 대선의 두 번째 관문인 뉴햄프셔 주 프라이머리(예비경선)에서 ‘워싱턴 아웃사이더’인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압승을 거뒀다. 샌더스는 약 60%를 얻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38.3%)을 큰 표 차로 제쳤다(개표율 92% 기준). 트럼프도 35.2%를 얻어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15.8%)와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11.6%)을 여유 있게 따돌렸다. 샌더스와 트럼프는 1일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선 2위였다.
당원들만 참여하는 코커스와 달리 일반 유권자가 대거 참여해 민심의 풍향계로 통하는 뉴햄프셔 경선에서 워싱턴 기성 정치와 거리가 먼 이단아들이 양당에서 모두 승리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샌더스는 1981년 버몬트 주 벌링턴 시장 시절부터 34년간 무소속 정치인이었다. 지난해 11월에야 처음 당적을 가졌다. 부동산 재벌인 트럼프는 “지난해 6월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정치를 시작했다”고 말하는 정치 초년생이다.
샌더스는 뉴햄프셔 주 콩코드 고교에서 가진 축하 집회에서 “이번 승리는 유권자들이 진짜 변화를 기다리고 있음을 보여줬다”며 “낡아빠진 워싱턴 정치와 자기네들의 잇속만을 차리는 월스트리트에 미국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웅변했다. 트럼프도 맨체스터 이그제큐티브 연회장 축하 집회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다. 무역 전쟁에서 중국을 이기고 멕시코와의 국경에는 장벽을 세울 것”이라고 선언했다.
미 대선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대혼전에 빠져들게 됐다. 클린턴은 “진짜 선거는 이제부터”라며 여론조사에서 강세를 보인 네바다(20일), 사우스캐롤라이나(27일) 경선에서 승부를 걸겠다고 선언했다. 3위와 5위로 밀려난 크루즈와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10.5%)도 다음 경선지로 이동했다.
맨체스터=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