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전면 중단] 통치자금 정조준… 北 정권 영향은
“가동 중단”… 입술 부르튼 통일부 장관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10일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을 발표하고 있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밤늦게 대책회의를 해온 홍 장관의 입술 윗부분이 부르터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개성공단 중단 카드가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한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혹독한 대가”의 하나로 김정은에게 작용할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다만 김정은 체제에 상당히 위협적인 조치라는 점은 분명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불법 무기 외화벌이의 10분의 1 평양행 차단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북한의 수출액은 31억6000만 달러, 수입은 44억5000만 달러였다. 무역적자를 불법 무기 판매 등을 통해 보충하는 김정은으로서는 적자액의 약 10분의 1에 해당하는 개성공단의 가동 중단이 뼈아플 수 있다.
다른 당국자는 “북한이 핵실험, 미사일 개발 등에 들인 돈이 약 3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고 했다. 개성공단으로 들어간 달러가 모두 핵·미사일 개발에 악용됐다면 그동안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 비용의 약 6분의 1을 개성공단에서 확보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정부 고위 당국자도 “개성공단을 통해 벌어들인 달러가 핵·미사일에 쓰였다는 우려는 있으나 얼마가 들어갔는지 확인된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북한의 한 해 수출입(무역) 규모(76억 달러)와 비교하면 1.6% 정도로 김정은 체제에 주는 고통이 기대만큼 치명적이지는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 북한 “개성공단 임금 안 주면 고통”
○ 일자리 잃은 주민 불만 확산을 더 두려워할 수도
다른 당국자는 “개성의 북한 측 근로자들이 집단 해고를 당하는 셈”이라며 “이로 인해 생계에 타격을 받은 주민들의 불만이 불길처럼 확산되는 걸 북한이 더 두려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 측 근로자는 5만여 명에 달한다. 4인 가구를 기준으로 하면 개성 주민 약 20만 명이 개성공단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특히 북한 측 근로자들은 임금 대신 받은 물자공급카드와 북한 돈으로 시장 가격보다 훨씬 싼 국정 가격에 생필품을 사 왔다. 공단 가동 중단은 이런 혜택이 모두 사라져 북한 측 근로자들의 생계가 막막해진다는 걸 의미한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 당국은 의외로 개성공단 북한 측 근로자들의 불만에 신경을 많이 써 왔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은 2013년 9월 이후 2년 5개월 만이다. 정부는 2013년 개성공단 중단 사태 때는 단전 단수를 실행하지는 않았다. 이번에는 사실상 폐쇄 수순을 밟는 만큼 단전 단수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10만 kW 규모로 개성공단에 전기를 공급하던 송전망 가동을 중단하면 개성공단에 있던 정수장도 작동을 멈추게 돼 개성 주민들이 식수난에 직면한다. 개성공단은 공단 인근 월고저수지의 물을 정수해 하루 6만 t의 용수를 생산하고 이 중 1만5000t을 개성 주민에게 식수로 공급해 왔다.
지난해 개성공단 입주 기업의 생산액은 북한에 들어간 1억2000만 달러보다 많은 5억1549만 달러에 달한다. 정부 당국자는 “공단 가동 중단은 기존의 방식으로 김정은 체제를 바꿀 수 없다는 절박감에서 나온 고육책”이라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