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첨금 분쟁’ 친구가 원수로… 흥청망청 남편에 가정 깨지고 매달 수백만원 베팅중독 파산
인생 역전의 꿈을 안고 ‘6개의 숫자’에 기대는 사람들로 지난해 로또 판매액이 역대 최고치인 3조5000억여 원에 달했다. 과연 로또가 이들의 삶을 구원했을까. 법원 판결에 따르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음식점에서 같이 일하던 김모 씨와 이모 씨는 지난해 로또 1등에 당첨됐지만 소중한 우정을 잃었다.
10일 전주지법에 따르면 절친한 사이였던 둘은 지난해 2월 함께 출근하던 중 김 씨가 로또 6장을 사 이 씨에게 2장을 줬다가 이 씨의 복권이 1등에 당첨되면서 사이가 벌어졌다. 세금을 낸 뒤 당첨금으로 12억8000만 원을 받은 이 씨는 이 중 1억 원을 사례비 조로 김 씨에게 줬지만 김 씨는 “절반은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 씨는 “이미 준 1억 원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전주지법은 이 씨의 제소에 대해 최근 “1억 원은 돌려줄 필요가 없다”며 로또 구매자인 김 씨의 손을 들어줬다.
로또 1등 당첨 후 지나친 낭비로 이혼한 부부도 있다. 한모 씨(여)는 2011년 5월 로또복권 4장을 사 그중 한 장을 남편에게, 한 장은 아들에게 줬다. 이들은 한자리에서 당첨 여부를 확인했는데 남편이 1등에 당첨됐다. 기쁨도 잠시. 부인 한 씨는 “로또 당첨 후 남편이 자동차와 보트를 사는 등 낭비벽이 심해졌다”며 법원에 이혼 소송을 제기했고, 남편도 부인의 낭비가 지나치다고 주장하며 맞소송을 냈다.
결국 인천지법은 “이혼하라”며 “1등 당첨금은 부부 쌍방의 공유로, 분할 대상 재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로또에 중독돼 패가망신한 사례도 많다. 보험회사에 다녔던 이모 씨는 채무 초과 상태였지만 2013년 5월부터 매달 수백만 원어치의 로또를 사곤 했다. 그해 7∼9월에는 “부모님이 땅을 사는 데 돈이 필요하다”며 여자친구한테 430만 원을 빌리고, 10월에는 대부업체로부터 530만 원을 대출받았다가 갚지 못해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지난달 22일 대구지법에서 벌금 500만 원 형을 선고받았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