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시간중 짧은 격려-질책 멘트 화제
9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현대캐피탈과 OK저축은행의 경기를 중계하던 TV 아나운서의 말이다. 이 아나운서는 경기 중 작전시간을 부른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40)이 선수들에게 한 얘기를 듣고서 “이번 시즌이 끝난 뒤 책으로 출간해도 될 정도”라고 했다. 최 감독은 3세트 22-23으로 뒤진 상황에서 작전시간을 불렀다. 그리고 선수들에게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너희를 응원하고 있다. (응원의) 힘을 받아 뒤집어 보자”고 말했다. 이날 현대캐피탈의 안방 유관순체육관에는 5891명의 관중이 들어찼다. 만원 관중으로 이번 시즌 팀 최다다. 결국 3세트를 28-26으로 따낸 현대캐피탈은 3-0의 완승을 거두며 12연승에 성공했다.
최 감독이 선수들에게 툭툭 던지는 말이 팬들 사이에서 화제다. 경기 흐름에 따라 때로는 선수들을 격려하고 가끔은 질책하는, 짧지만 힘 있는 최 감독의 말을 ‘7번째 전력’(배구는 한 팀이 6명이다)으로까지 치켜세우는 팬들도 있다.
최 감독이 격려의 말만 하는 것은 아니다. 선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져 보이거나 무성의한 움직임이 눈에 띄면 촌철살인의 질책이 떨어진다. “못하는 것과 하지 않으려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오늘은 (열심히)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2일 KB손해보험전 3세트에서 느슨한 움직임으로 내리 3점을 내주며 추격을 당하자 최 감독이 작전시간 때 한 말이다.
현대캐피탈 주장 문성민(30)은 “감독님이 사자성어나 영어로 된 격언을 예로 들면서 주문할 때도 종종 있는데 경기 내용이나 전술만 갖고 얘기하는 것보다 귀에 훨씬 잘 들어온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9일 OK저축은행전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유능제강(柔能制剛·부드러운 것이 오히려 강한 것을 이긴다)과 과유불급(過猶不及·정도를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을 강조했다고 한다. 최 감독은 “유능제강은 OK저축은행이 강팀이라 해도 평소 우리가 하듯이 힘을 빼고 하면 이길 수 있다는 것을, 과유불급은 연승을 너무 의식해 덤비다 보면 경기를 망칠 수도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택한 사자성어였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작전시간 때 할 말을 미리 준비하고 그러지는 않는다”며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편안한 상태에서 경기를 하는 데 도움이 되는 말을 주로 하는 것이라 책으로 낼 정도는 아닌 것 같다”며 웃었다.
4, 5라운드 전승으로 12연승 중인 현대캐피탈이 6라운드의 남은 6경기도 모두 이기면 V리그 남자부 역대 최다 연승 기록을 세우게 된다. 역대 최다 연승은 삼성화재가 2005∼2006, 2006∼2007시즌에 걸쳐 작성한 17연승이다. 단일 시즌 최다 연승은 현대캐피탈이 2005∼2006시즌에 기록한 15연승이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