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떻게?]미래학회 초대 학회장 선출 이광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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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형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장은 “인구 비중이 큰 실버세대가 정치의 중심이 되고 대부분의 의사결정권을 갖는 현실에서 미래 세대의 권리를 보장하고 참여를 이끌어내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5일 인터뷰에서도 이 교수는 새로운 놀이를 앞둔 어린아이 같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위키피디아처럼 전문가뿐 아니라 모두가 미래 구상을 자유롭게 논의하는 ‘위키 미래전략’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이트 개설에는 미래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려는 목적도 있다.
“현재 20세 인구가 약 65만 명이라고 치죠. 10년 뒤에는 45만 명이 안 될 겁니다. 기계화를 하든 다른 병력 자원을 개발하든 국방력 유지를 위한 청사진을 지금 만들어야 합니다. 멍하게 있다 보면 미래는 금방 닥칩니다.” 2014년부터 미래창조과학부 미래준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미래 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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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난달 ‘미래학회’의 초대 학회장으로 선출됐다. 불확실성이 증대된 요즘 기후나 인구구조처럼 구조적이고 거시적인 변화 예측과 대안 모색이 중요시되면서 미래학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교수는 “중장기 미래 전망은 검증이 쉽지 않은 것을 빌미로 그럴듯한 얘기를 무책임하게 포장해 내놓는 경우가 없지 않다”며 “미래학회는 엄밀한 학술적 방법론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KAIST가 2014년부터 매년 내고 있는 책 ‘국가미래전략’의 편찬을 책임지고 있다. 30여 개 분야를 다루는데 지난해 한국어, 해양수산 전략을 더했고 매년 새로운 분야를 추가할 예정이다. 이 교수는 “정권은 바뀌어도 국가 전략 수립에 바탕이 될 수 있는 보고서를 만들려 한다”고 말했다.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을 묻자 그는 뜻밖에 ‘죽음’을 거론했다.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 법률이 통과됐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보다 적극적인 ‘안락사’에도 관심이 있습니다. 수십만 명이 산소호흡기에 의존하는 시대가 온다면 어떻게 될까요. ‘죽음의 미래학’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화려해 보이는 이력에 좌중을 웃기는 농담도 곧잘 하는 이 교수지만 ‘예전에는 항상 뒤처져 살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최근 ‘질병이 인류를 멸종시킬 수 있을지, 만약 그럴 소지가 있다면 어떤 질병일지’에 관한 논문을 제자들과 준비 중이다. “제 머릿속에 괴상한 생각이 많은데 말을 가려서 ‘위장’할 뿐입니다.(웃음) 창의성에는 기존 틀과의 적절한 불화가 필요하지요.”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