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사실이 또 있다. 최근 교보문고 시집 베스트셀러 목록의 1, 2위에 올라와 있는 것은 윤동주 시인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사진)’, 김소월 시인의 시집 ‘진달래꽃’이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1948년 초판본에 유족들이 보관했던 원고를 더해 시인의 10주기인 1955년 발간된 증보판을 복간했다.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은 1925년 초판본을 복원했다. 91년 전 ‘진달래꽃’을 비롯해 모두 오래된 모양새를 되살린 것이다.
계기가 있긴 하다. 지난해 11월 발간된 ‘진달래꽃’은 한 달 뒤 이 시집의 실제 초판본이 현대문학 경매 사상 최고가(1억3500만 원)에 낙찰되면서 관심이 커졌다. 이달 초 출간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시인의 생애를 다룬 영화 ‘동주’의 개봉을 앞두고 주목받았다. 단지 이런 배경 때문일까. 인터넷서점에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검색하면 30∼40권에 이르는 시집이 뜬다. 모두 시인 윤동주가 쓴 것이고 ‘별 헤는 밤’ ‘서시’ ‘십자가’ 등 실린 작품도 같다. 그런데 유달리 복간본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실제로 인터넷서점에는 “1920년대로부터 온 소포를 받은 느낌이어서 울컥했다” “사진 자료로만 보던 책을 갖게 돼 뿌듯하다”는 독자들의 소감이 올라와 있다. 김 대표는 “젊은 세대가 이 시집을 ‘팬시상품’으로 여기는 것 같다”고 했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경우 시집 구매자 중 20, 30대가 36%, 30, 40대가 34%로 전체 구매자의 70%에 이르렀다(교보문고 기준).
평론가 이광호 서울예대 교수는 복간본 시집의 물성을 짚는다. 그는 “사실 복간본 시집에 실린 시들은 인터넷에서 검색만 하면 대개 접할 수 있고 교과서에서 배운 작품들이 대부분”이라며 “그런데 복간본의 ‘물성’이 인터넷 세대를 끌어당겼다”고 말했다.
세로로 쓰인 시구나 ‘예전엔 밋처 몰낫섯요’ ‘못 니저’ 같은 옛 표기, 오래된 것처럼 누런색을 살린 표지 이미지 등이 그렇다. 누구나 인터넷으로 시를 찾아볼 수 있는 시대에 사람들은 시집의 이런 물성을 향유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누구나 디지털 음원을 내려받을 수 있는 세상에 LP레코드나 카세트테이프 같이 손에 잡을 수 있는 물성에 열광하듯.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