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지방시는 말했다. “럭셔리는 작은 디테일에 있다”.
패션에서 이 작은 차이는 명품과 짝퉁을 가르고, 삶에서 디테일은 다른 사람에겐 아무것도 아니지만 나에게는 평생의 이야기 거리가 되는 어떤 것이다. 기자들이 지금 꽂혀 있는 디테일은 무엇?
주연을 돋보이게 하는 신 스틸러, 송치얼마 전 TV장을 바꿀 겸 가구 매장에 들렀다가 빈티지 스타일의 수납장에 마음을 빼앗겼다. 이 수납장이 유독 시선을 끌었던 건 서랍 부분을 장식한 송치 때문이었다. 자연스러운 나뭇결과 부드러운 송치가 조화를 이뤄, 마치 오래전부터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일상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줄 것 같은 포스를 내뿜고 있었던 것이다.
송치는 ‘Unborn Calf’라는 영어 단어에서도 드러나듯 원래 태어나기 전의 송아지 가죽 털을 의미했으나 공급이 한정돼 있어 요즘에는 어린 송아지 가죽을 이용하는데, 패션에 적용했을 때 배우로 치자면 신 스틸러 같다. 그 자신도 멋스럽지만 가죽, 우드, 패브릭, 퍼 등 다른 소재와 믹스매치했을 때 전체적인 분위기를 고급스럽게 업그레이드시킨다. 그래서 결론은? 설 상여금과 교환할 위시 리스트에 KARE의 수납장과 샤넬의 송치 보이 백을 담아두었다는 이야기다. 김명희 기자
블링블링 토리버치 금장 단추의 마력!몇 년 전 겨울옷 쇼핑을 위해 백화점을 찾은 나는 토리버치 매장에서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내가 열광하는 트위드 재킷에 고급스러운 금장 단추가 달린 베이비(!)가 자기를 데려가라며 유혹하는 것이 아닌가. 특히 토리버치 특유의 블링블링한 금장 단추는 다소 밋밋할 수 있는 트위드 재킷을 우아하고 고급스럽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금장 단추 자체가 주는 클래식하면서 여성스러운 느낌도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날 이후 금장 단추에 꽂힌 나는 카디건부터 티셔츠까지 토리버치의 금장 단추가 달린 다양한 아이템을 구입했다. 니트 원피스나 카디건처럼 포멀하고 베이식한 아이템도 토리버치에서 만들면 단추 하나로 달라 보인다. 올봄에도 단추 디테일이 예쁜 토리버치의 신상 카디건을 하나 구입할 생각이다. 강현숙 기자
중화요리 장인도 울고 갈 불 맛라면이라고 하기엔 다소 비싼 가격 탓에 대형 마트 시식 코너에서 맛 한번 보는 것으로 만족하려 했다. 한때 유행한 하얀 국물 라면의 맛이 떠들썩한 소문에 비해 실망스러웠던 기억도 한몫했다. 그때부터 ‘고품격 라면’에 갖게 된 좋지 않은 선입견은 ‘진짬뽕’과의 우연한 첫 만남으로 단박에 깨졌다.
중화요리 집에서 파는 수제 짬뽕처럼 면발이 쫄깃했다. 홍합, 오징어, 미더덕 등 해물 건더기도 씹히는 질감을 한껏 즐길 수 있을 만큼 많이 들어 있었다. 무엇보다 입안 가득 퍼지는 진하고 매콤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불 맛이 일품이었다. 알고 보니 이 깊은 맛은 오뚜기 연구원들이 일본의 유서 깊은 짬뽕집을 수차례 방문해 찾아낸 비법에서 나왔다고 한다. 진짬뽕을 더 맛있게 먹는 팁 하나! 국물이 다 끓은 후 달걀 대신 살짝 구운 김 한 장을 넣어보시길. 김지영 기자
나는 왜 스타벅스의 호갱이 됐나왜 굳이 스타벅스냐고? 커피 맛이 좋아서? 가격이 착해서? 미안하지만 둘 다 아니다. 스타벅스가 내 마음을 사로잡은 건 ‘나보다 더 내 마음을 잘 알아주는 섬세함’ 때문이다. 20대 초반, 수개월간 해외로 배낭여행을 다니던 시절 스타벅스가 마음의 위안이자 안식처였다. 그 시절은 데이터 무제한 로밍 서비스가 보편화되지 않았을 때라 와이파이가 잘 터지는 곳이 간절했는데, 스타벅스에선 고객에게 1시간 무료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했다. 해외에서 ‘굳이’ 스타벅스를 찾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고맙고 또 반가운 마음에 그때마다 스타벅스에서 판매하는 시티 컵을 하나 둘씩 사 모으다 보니, 이제는 그것이 스타벅스를 찾는 또 다른 이유가 됐다. 요즘 가장 마음에 드는 그곳만의 서비스는 ‘사이렌 오더’ 시스템이다. 애플리케이션으로 간단하게 커피를 주문할 수 있어 굳이 카운터에 가서 주문을 하고 기다리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나를 두고 스타벅스 마케팅에 현혹된 호갱이라 해도 좋다. 그래도 난 내 가려운 부분을 알아서 먼저 긁어주는 스타벅스가 좋다. 정희순
장인들이 만드는 수제 안경투박한 사각 뿔테를 오랫동안 쓰다 보니 안경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릿속에 그리던 대로 프레임이 동그랗고 클래식한 느낌이 나는 안경테를 발견한 곳은 일본이었다. 1958년에 창업했다는 가네코 안경은 장인들이 만드는 핸드메이드 제품이다. 만만한 가격은 아니었지만 놓치면 꿈에도 나타날 것 같아 일본 여행 중 눈을 질끈 감고 데려온 안경은 그야말로 매력 덩어리. 빈티지한 컬러, 유려한 곡선 프레임도 멋스럽다. 코 보호대 없이 콧잔등에 얹어 착용하게 만들어졌는데, 코에 닿는 부분에도 가네코 안경이라는 각인이 섬세하게 새겨져 있다. 김수현이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착용하며 조금 알려지긴 했지만 그래도 가네코 안경은 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한 브랜드. 사각 뿔테 안경을 끼고 다닐 때처럼 다른 사람들과 중복되지 않아 좋고, 여성스러운 원피스나 슈트에도 잘 어울리는 세련된 디자인이라 마음에 든다. 최은초롱 기자
최고의 디테일은 소재사람들은 종종 묻는다. 옷이나 가구를 선택할 때 가장 먼저 따지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물건을 고를 때 중요하게 보는 건 소재다. 기술력이 워낙 좋은 시대다 보니 웬만한 디테일은 흉내를 낼 수 있어도 훌륭한 원자재의 힘은 따라 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명품 가구들은 보면 하나 같이 최고급 원목을 사용하고, 질 좋은 가죽을 사용해 최대한 질감을 살려 만든다. 최근 찜해둔 디자이너 호르헤 페라리-아르도이의 버터플라이 체어도 자연스러운 가죽 디테일이 돋보이는 제품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가죽의 맛이 더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좋은 소재로 만든 가구는 시간이 지날수록 세월의 멋이 더해져 그 가치가 높아지는 매력도 있다. 한여진 기자
심장을 두드리는 범접할 수 없는 실루엣저마다 갖고 있는 미적 기준은 다르지만, 내 심장을 부여잡게 하는 건 실루엣. 용도를 알 수 없는 해괴망측한 물건에 강렬한 소장 욕구를 느낀다면,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도 사진기부터 꺼내고 보는 사람들처럼 일종의 ‘패션 관종’인 걸까. 그냥 콜렉터 기질이 다분한 아웃사이더라고 해두자. ‘어머 이건 꼭 사야 해!’라는 일념으로 사 모은 집착 컬렉션은 매일 아침저녁 정겨운 출퇴근 인사를 나눌 정도로 각별하다. 그중에서도 물미역처럼 치렁치렁한 비주얼을 뽐내는 프린지 토트백과, 발견한 순간 버선발로 뛰어가게 만든 비단 슬리퍼가 가장 친한 친구. 덕분에 지갑은 너덜너덜해졌지만 너희들을 심장 폭행죄로 고발하진 않겠다! 안미은 기자
글 · 여성동아 편집팀 | 사진 · 지호영 기자 | 디자인 · 최정미
REX KARE 가네코by봄선글라스쇼핑몰 이노메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