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과학사 연구서인 홍이섭의 ‘조선과학사’가 1946년 나온 지 올해로 70주년입니다. 최근 발간하기 시작한 ‘한국의 과학과 문명’ 총서는 천문학 기상학 농학 등 천지인(天地人)에 대한 전통 과학사부터 반도체 등 현대 산업기술사까지 망라할 생각입니다.”
전북대 한국과학문명학연구소는 최근 ‘동의보감과 동아시아 의학사’ ‘한국 전통지리학사’ ‘한국 전근대 교통사’ 3권을 최근 냈다. 30권짜리 ‘한국의 과학과 문명’ 총서의 첫 3권이다. 야심 찬 기획의 책임자이자 연구소장인 신동원 전북대 과학학과 교수(56)를 최근 만났다.
총서 발간은 급성장한 한국의 과학사 연구 역량이 바탕이 됐다. 요즘 과학사 연구는 과거 과학 유산을 통해 민족적 긍지를 강조하던 데에서 과학적 성과가 등장한 구조적 맥락을 조명하는 방향으로 변했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는 100년 이상 실증적 지리학을 추구했던 조선의 전통 속에서 조명된다. 세종 시기의 과학적 성과는 유교적 이념의 실천이라는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연구된다.
만유인력 법칙이 담긴 뉴턴의 책 ‘프린키피아’를 출간했던 영국 케임브리지대 출판사가 이번 총서를 10권으로 출간하겠다고 나섰다. 이 출판사가 비서구권 인문과학에 대한 총서를 내는 것은 ‘중국의 과학과 문명’에 이어 두 번째다. 신 교수는 “중국, 일본에 가려진 우리 과학문명의 가치를 해외에서도 제대로 조명하게 될 것”이라며 “총서를 바탕으로 완전히 새로 집필해 한국보단 2년 뒤 쯤 순차적으로 출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최근 50여 년의 과학 연구와 유산을 체계적으로 축적하고 아카이브를 만들어 보존하고 연구, 전시하는 ‘한국과학유산원’의 설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과학유산원이 만들어지면 우리 과학의 과거와 미래에 다리를 놓는 한편 미래 과학의 발전 방향도 제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