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유럽-北 3大 리스크에 2.93% 급락
설 연휴를 마치고 11일 개장한 국내 증시에 북한발 리스크와 해외 증시 급락 등의 악재가 한꺼번에 반영되면서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56.25포인트(2.93%) 급락한 1,861.54로 마감했다.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이날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설 연휴를 마치고 다시 문을 연 한국 주식시장이 그동안 쌓인 대내외 악재로 몸살을 앓았다. 일본 증시 하락과 유럽 은행들의 실적 악화에 이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개성공단 가동 중단 등 ‘3연타’ 충격으로 11일 코스피는 2.93% 하락하며 장을 마감했다. 다음 주 춘제(春節) 연휴 이후 중국 증시 개장을 앞두고 신흥국에 이어 선진국 증시마저 이상 신호를 보내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날 국내 증시 하락에 대해 ‘예상했던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0일(현지 시간)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 출석 전에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밝혔음에도 하락세가 이어졌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연준이 금리 인상 시기를 미루면 국내 증시에 호재가 될 것이라고 여겨왔지만 이날 국내 증시는 옐런 의장의 발언에도 하락세가 꺾이지 않았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개장에 앞서 연준의 발언이 있었음을 감안하면 국내 증시가 받은 충격이 겉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컸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지난달 29일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가 은행의 채산성을 악화시킬 것이란 전망에 은행주가 폭락세를 이끌었다. 여기에 안전자산인 엔화로 자금이 몰리면서 엔화 강세도 이어지고 있다. 이는 주가를 추가로 끌어내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지난달 29일 121.14엔까지 올랐던 엔-달러 환율은 이날 2014년 10월 이후 1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달러당 112엔대로 하락(엔화 가치는 상승)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유럽이나 일본이 현 상황을 반전시킬 만한 마땅한 카드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선진국들이 신뢰할 만한 정책을 내놓지 못하면 증시 흐름 예측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유럽과 일본의 위기설이 과장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태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리스크(위험)가 커진 건 맞지만 유로존 은행의 재정 상태가 과거보다 탄탄한 만큼 위기가 확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일본 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지 약 2주밖에 안 됐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선진국 증시마저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글로벌 증시 상승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세계 경기 둔화에 미국 경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춘제 휴장 이후 다음 주 열리는 중국 증시가 연휴 기간 축적된 악재에 충격을 받으면 국내 증시에도 파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건혁 gun@donga.com·정임수·주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