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사고현장 가보니
10일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을 방문한 공동취재단이 보호장구를 착용한 채 폐허가 된 원자로 3호기 건물을 바라보고 있다. 한 달 뒤면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지 5년이 되지만 그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 후쿠시마=제1원전 공동취재단
변화는 도처에서 보였다. 2013년에 이곳을 취재하려면 숨도 쉬기 어려운 전면 마스크를 써야 했지만 올해는 미세먼지용 방진 마스크가 지급됐다. 오염된 토양을 시멘트로 포장하고 건물 잔해들을 상당 부분 치워 방사성물질 수치가 떨어졌다는 설명이 있었다.
원전으로 가는 길은 매일 출퇴근하는 8200여 명의 직원과 노동자들 때문에 늘 정체된다고 했다. 지난해엔 최대 1200명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대형 휴게소가 건립돼 직원들의 식사 고민이 해결됐다.
이 모든 작업의 궁극적 목표는 원자로 해체, 즉 폐로(閉爐)다. 향후 30∼40년을 바라보는 장기 작업이다. 원자로 1∼4호기에선 1단계 조치인 사용후 핵연료 인출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4호기는 2014년 12월 사용후 핵연료 1535개를 모두 인출하는 데 성공했고 1호기, 3호기는 그 전 단계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의 ‘근본 문제’라 할 용융(鎔融) 핵연료 인출은 아직 실질적인 진전이 없는 상태다. 원자로 내부 압력용기를 뚫은 뒤 격납용기 바닥으로 떨어진 용융 핵연료를 꺼내는 이 작업은 폐로 작업의 핵심이자 최대 난제로 꼽힌다. 오노 아키라(小野明) 후쿠시마 제1원전 소장은 폐로 작업을 등산에 비유하면서 “현재 10분 능선 중 간신히 1분 능선에 올랐다”고 말했다.
여전히 하루 300t씩 생성되는 지하수로 인한 오염수 문제도 고민거리다. 이를 획기적으로 줄이지 못하면 오염수 해양 방류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오노 소장은 현재 남아있는 후쿠시마 제1원전의 최대 위험 요소로 다시 큰 지진이 나 해일이 밀려오는 상황과 오염수 유출 문제를 꼽았다.
취재에 동행한 오카무라 유이치(岡村祐一) 도쿄전력 대변인은 지난 5년간 얻은 교훈을 묻자 “리스크에 대한 생각이 멈춰버렸던 것을 반성했다”고 말했다.
후쿠시마=제1원전 공동취재단·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