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피오리나도 ‘하차’
한때 후보가 17명까지 난립했던 공화당 경선주자는 1일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와 9일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거치면서 6명으로 줄었다.
뉴햄프셔 경선 결과 8명의 후보 중 6위와 7위에 그친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와 칼리 피오리나 전 HP 최고경영자(CEO)가 10일 경선 중단을 선언했다.
피오리나는 지난해 9월 16일 공화당 2차 TV토론에서 1위 주자 도널드 트럼프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며 얻은 ‘반짝 인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당시 피오리나는 “누가 저런 얼굴에 투표하겠느냐”며 자신의 외모를 비하한 트럼프에게 “이 나라 모든 여성이 트럼프가 한 이야기를 똑똑히 들었다”고 점잖게 꾸짖어 토론회 최대 승자로 평가받았다. 트럼프는 “피오리나는 아름다운 여성”이라며 자신의 말을 스스로 뒤집어야 했다. CNN은 “피오리나는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여성인) 내가 상대해야 한다’는 선거전략을 펴왔는데 트럼프 열풍에 묻혀 버렸다. 그러나 여전히 유력한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라고 평가했다.
이들에 앞서 랜드 폴 상원의원(켄터키),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 릭 샌토럼 전 상원의원은 아이오와 코커스 직후 경선 열차에서 내렸다. 허커비는 2008년, 샌토럼은 2012년에 ‘아이오와의 승자’(1위)였다. 그러나 이번엔 시작역이 종착역이 된 셈이다. 뉴욕타임스는 “허커비와 샌토럼 모두 군소 후보로 전락하면서 메인 TV토론에 참석하지 못해 이름을 알리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아이오와에서 열린 TV토론에 불참한 트럼프의 참전용사 후원 행사에 두 후보가 얼굴을 내밀어야 했던 이유”라고 전했다. 트럼프의 유명도를 이용해서라도 인지도를 높이려고 자존심을 버려야 했다는 얘기다.
민주당 경선에선 마틴 오맬리 전 메릴랜드 주지사가 힐러리 클린턴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초접전 양강 구도에서 1%의 지지도 얻지 못하고 아이오와에서 보따리를 쌌다. 오맬리는 1일 “오늘밤 대선 경선은 중단하지만 나의 (정치)투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몇몇 언론은 “오맬리는 경선을 준비하기 위해 50만 달러(약 6억 원)의 빚을 진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그 빚과의 투쟁을 벌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맬리 같은 군소 후보뿐만 아니라 당선 가능성이 높았던 유력 후보들도 경선을 치르고 난 뒤 빚에 허덕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선 초반 선두권에 들지 않으면 더 이상 선거자금을 모으기 어렵고, 돈이 없으면 경선을 이어갈 수 없는 것이 미국 대선의 냉엄한 현실이라는 것을 중도 포기 후보들이 보여주고 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