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나미에 아내를 잃자 더 큰 ‘삶의 쓰나미’가…
세 자녀 돌보는 김일광씨 ‘이 악문 삶’
“쿠콰과광.” 돌아보니 10m 높이의 흙탕물 파도가 덮쳐오고 있었다. 김 씨는 부인을 끌어안으며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온통 암흑천지였고 부인은 보이지 않았다. 팔을 내저으니 차가운 물이 느껴졌다. 나뭇가지와 기와 등을 헤치고 밝은 쪽으로 헤엄쳐 가니 둥근 금속 물체가 보였다. 초등학교 체육관의 농구 골대였다. 떠내려가지 않기 위해 골대를 잡고 버티며 숨을 쉬었다. 두 시간 정도 지났을까. 점차 물이 빠지면서 주변 모습이 조금씩 눈에 들어왔다. 체육관 안은 물살에 쓸려 온 자동차와 쓰레기로 뒤범벅인 상태였다. 시체도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여기가 지옥이구나’라고 생각하며 김 씨는 눈을 감았다.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지 5년이 지났다. 리히터 규모 9.0 지진과 쓰나미로 1만8500여 명이 사망하고 40만 동 가까운 건물이 피해를 입은 대참사였다.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 사고의 파장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센다이·이시노마키=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