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93세 참전용사-英 88세 여성… 1945년 작별인사도 못한채 헤어져 자녀들 도움으로 수소문 끝 연락… 호주서 생애 최고의 밸런타인데이
제2차 세계대전 때 연인 사이였다 헤어진 미국 남성 노우드 토머스 씨와 영국 여성 조이스 모리스 씨가 71년 만인 10일(현지 시간)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재회한 뒤 포옹하고 있다. 사진 출처 데일리메일
백발의 노인으로 재회한 남녀는 첫 상봉에서 두 팔을 벌려 포옹한 뒤 입맞춤을 했다. 모리스 씨는 토머스 씨에게 “여전히 꼿꼿하다”며 말문을 열었고, 토머스 씨는 “안아 달라”고 말한 뒤 모리스 씨를 꽉 끌어안았다. 이들은 1944년 런던 템스 강 인근에서 만나 연인 사이로 발전했지만 전쟁은 젊은 남녀의 사랑을 훼방 놓았다. 토머스 씨는 곧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투입됐고 1945년 종전 이후 갑작스럽게 귀국 명령을 받아 제대로 된 작별 인사도 하지 못한 채 미국으로 떠났다.
토머스 씨는 이후 미국에서 “나의 집을 가정으로 꾸립시다”라는 내용을 담은 편지를 모리스 씨에게 보내 청혼했다. 하지만 모리스 씨는 토머스 씨가 이미 결혼한 상태에서 자신을 위해 이혼을 하겠다는 뜻인 것으로 오해해 청혼을 거절했다. 이들은 따로 결혼했고 자녀도 낳았다. 모리스 씨는 남편과 함께 영국에서 호주로 이주했다가 30년 만에 이혼했고, 토머스 씨는 10여 년 전 아내와 사별했다.
이들의 사연이 인터넷 등에서 알려지자 두 사람의 재회를 위한 크라우드펀딩(불특정 다수의 소액 투자) 캠페인이 벌어졌다. 덕분에 토머스 씨가 호주로 여행할 수 있을 만큼의 돈이 모였다. 뉴질랜드항공은 토머스 씨에게 항공권을 제공했다. 모리스 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인생 말년에 서로 사랑했던 누군가를 찾아내는 것은 특별한 일”이라고 말했다. 토머스 씨도 “내 인생에서 일어난 일 중 가장 멋진 일”이라고 전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