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공식 계정으로부터 비롯된 트윗들이 국내 팬클럽과 동남아 등으로 퍼져나갔다. 자료: 아르스프락시아
김도훈 아르스프락시아 대표
싸이의 성공 이후로 한국에서 소셜미디어는 연예계의 주요한 소통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최근 가장 활발하게 소셜미디어를 활용하고 있는 신인 아이돌 그룹은 ‘방탄소년단’이다. 이 그룹은 2013년 데뷔 이후 신인상, 골든디스크를 수상하는 등 실력을 인정받아 왔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잘 아는 뮤지션은 아니었다. 하지만 트위터 활동과 영향력은 신인 그룹 중 일찌감치 독보적이었다. 이 그룹의 팔로어 수는 올 2월 현재 185만 명이 넘는다. 선배 격인 ‘빅뱅’과 ‘슈퍼주니어’의 멤버들 다음 순위다. 2015년 하반기엔 월평균 58만여 건의 리트윗(RT)을 받아냈다. 이 그룹이 하루 평균 올리는 트윗이 2.6건이니, 멤버가 올린 트윗 한 건당 7400여 건의 리트윗을 유발한 셈이다. 185만 명이 한 번에 보는 트윗이 7400번이나 더 공유되면 그 파급력이 어떠할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더욱 눈여겨보게 되는 부분은 소셜미디어에서 이 그룹의 팬덤이 국내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트윗의 확산 경로를 분석해 보면, 특히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의 많은 국제 팬들이 이 그룹의 공식 계정과 국내 팬들의 트윗을 자국어로 번역하며 공유하고 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공중파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훨씬 이전부터 이미 방탄소년단의 ‘몸값’이 최고가에 근접했었다는 이야기는 광고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싫든 좋든, 소셜미디어는 인기를 먹고살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필수 미디어가 되었다. 우리는 TV나 신문과 같은 기존의 매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까이에서 유명인의 삶을 곁눈질하고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라는 장터에서 살고 있다. 재독 철학자 한병철은 이런 사회를 두고 다수가 불특정 다수에게 스스로를 기꺼이 노출하고 쇼를 하느라 자율성을 잃게 되는 시놉티콘(Synopticon·상호 감시)의 쇼윈도라고 비판한다. 또한 더 이상 소수의 권력자가 다수를 감시하는 패놉티콘(Panopticon·소수의 감독자가 모든 수용자를 감시하기 위해 고안한 감옥)이 아니라고 했다.
인기에 연연하지 않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어떤 사람이나 조직에는 인기가 곧 존재의 의미일 수도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어떤 조언이 의미 있을까. 수년간 소셜미디어 분석과 컨설팅을 해 온 입장에서 말하자면 소셜미디어의 모니터링, 분석, 운용은 많은 비용이 든다. 들이는 비용에 비해 효용은 흡사 한계비용 체감의 법칙을 따르는 것처럼 완만하게 증가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효용을 올리는 것은 결국 콘텐츠, 혹은 오랜 기간 준비하고 쌓아온 삶의 스토리다. 경영자들이 종종 ‘스토리 만들기’를 경박하리만치 쉽게 이야기하지만, 숱한 쇼에 익숙해진 대중은 급조한 스토리와 진실한 것을 곧잘 분별해 낸다. 그런 면에서 시놉티콘의 사회는 꽤나 민주적이고, 가끔씩은 인간과 사회에 대한 통찰의 여지를 넓히기도 한다.
김도훈 아르스프락시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