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票心아 날 살려라… 정치 운명 걸린 10인의 결투

입력 | 2016-02-13 03:00:00

[총선 D-60 與野 키플레이어]




《 13일로 4·13총선이 딱 60일 남았다. 총선 결과는 필연적으로 여야의 지각변동을 가져온다. 이번 총선은 2017년 대선의 향배를 가를 전초전이기도 하다. 승리하는 쪽은 더 큰 승리를 위한 디딤돌을 놓는다. 패배하는 쪽은 더 깊은 침몰의 수렁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게 자명하다. 여야는 각자 정치적 생존을 걸고 냉혹한 민심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가장 절박한 이는 여야 키플레이어들이다. 총선 성적표에 그들의 정치적 미래가 달렸다. 대선으로 직행하느냐, 대권 경쟁에서 도태되느냐가 4월 13일 결정된다.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남북관계로 총선 승리 방정식은 더욱 복잡해졌다. ‘정권심판론’과 ‘국회심판론’은 첨예하게 맞부딪치고 있다. 60일간 총성 없는 전쟁에 나선 여야 키플레이어 10인의 고민과 향후 전망을 살펴봤다. 》

[김무성]대선 ‘무대’ 전초전… 공천 힘겨루기 첫 관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정치적 유연함이 최대 강점이지만 ‘상향식 공천’ 원칙을 고수하면서 친박(친박근혜)계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휴대전화 안심번호제 도입, 공천제도특별위원회 및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 구성 등 총선 일정을 진행할 때마다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상향식 공천의 마지막 관문인 공관위에서는 현역 의원 솎아내기 작업에 착수했다.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연일 기자간담회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물갈이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상향식 공천이 흔들린다면 김 대표의 정치적 브랜드는 사라지고 당 내홍의 책임론만 불거질 수 있다.

친박계는 김 대표가 현역 의원을 대거 당선시켜 자신의 대선 기반을 만들려 한다고 비판한다. 김 대표 측은 “현역 의원들이 당선되면 김 대표에게 고마워하겠느냐. 만약 대선을 염두에 뒀다면 오히려 전략공천을 통해 ‘내 사람’을 심었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그럼에도 최악의 19대 국회의원들이 다시 20대 국회를 책임진다는 데 대한 반감은 여전히 크다.

결국 총선 결과가 이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다. 김 대표는 풀뿌리 후보들의 승리를 장담한다. 대표직을 맡은 뒤 ‘풀뿌리 후보론’으로 재·보궐선거에서 연승을 거둔 자신감이 깔려 있다. 야권 분열로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가 이뤄진 점도 김 대표에겐 천우신조(天佑神助)다. 만약 180석 안팎의 대승을 거둔다면 대권을 향한 길은 탄탄대로가 될 수도 있다. 반면 과반 의석이 깨진다면 차기 당권은 자연스럽게 친박계가 쥘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최경환]손사래 치지만… TK맹주 → 당권 플랜 가동


평의원 신분임을 강조하면서도 TK(대구경북) 등을 누비며 ‘진박(진짜 친박근혜)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선 차기 당권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본인은 “전혀 그런 생각을 안 하고 있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총선 이후 ‘TK 맹주→당권’ 플랜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얘기가 많다.

지난달 경제부총리를 마치고 당에 복귀한 최 의원은 설 연휴를 앞두고 청와대나 정부에서 장관 등을 지낸 예비후보들을 지원하기 위해 연일 강행군을 펼쳤다. 한동안 꺼져 가던 ‘진박 마케팅’에 불을 지피는 불쏘시개 역할을 자임하며 박근혜 대통령 임기 후반 국정운영 지원 세력을 국회에 최대한 많이 진입시키기 위한 행보다.

당 복귀 후 친박계 신(新)좌장으로 불리는 최 의원으로서도 이번 총선은 당내 입지 구축 여부를 판가름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일단 TK 지역에서 진박 후보들이 대거 원내에 입성할 경우 친박계를 규합해 차기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반면 TK 지역 진박 후보들이 당내 경선에서 현역 의원들에게 대거 패할 경우 박 대통령 대리인으로서의 정치적 위상에 큰 상처를 입게 된다. 차기 당권 경쟁에 비상등이 켜지고, 최악의 경우 비박(비박근혜)계 중심의 당권 구도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유승민]‘진박’ 포위 뚫고 생환 땐 TK 차기주자로


여권에서 4·13총선에 대한 관심의 한 축은 유승민 의원(전 원내대표)의 생환 여부다. 박근혜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심판’이란 구호에 대구 민심이 어떻게 응답하느냐에 따라 TK의 권력 지형은 물론이고 유 의원의 정치 생명도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대구 동을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유 의원은 새누리당 후보 공천을 놓고 겨루는 이재만 전 동구청장보다 20%포인트 이상 앞서고 있다. 하지만 대구의 바닥 민심은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유 의원의 당선은 곧 박 대통령의 패배라는 여론이 확산될 경우 경선 관문 통과도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것.

유 의원이 ‘진박’의 전방위적 압박에도 총선에서 다시 민심의 지지를 얻어 4선 고지를 밟는다면 ‘포스트 박근혜’ 시대의 TK 대표 주자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TK 민심과 비박계의 지지를 업고 총선 직후 치러질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유 의원 측은 “현재는 총선에 집중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유 의원과 가까운 의원들의 동시 생환 여부도 변수다. 여권 관계자는 “본인만 살아 와선 세를 키우기 어렵다”며 “총선에서 보여주는 민심의 방향에 따라 정치 경로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오세훈 김문수]吳, 여권 대선지지 2위… 金 “역전승 가능”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이번 총선을 발판으로 대권 도전을 꿈꾸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총선 결과가 대선 주자로서의 입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 출마한 오 전 시장은 1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직 많이 부족한 사람이기 때문에 (대선 주자 지지율에) 비중을 두고 판단하고 있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오 전 시장은 7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 결과에서 7.2%로 새누리당 대선 예비주자 가운데 김무성 대표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오 전 시장이 총선에서 살아 돌아와 ‘보수의 아이콘’ 이미지를 되찾는다면 수도권을 대표하는 대선 주자로서의 입지를 한층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패할 경우엔 2010년 서울시장 시절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에 이은 두 번째 좌절로 정치 생명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당 대표의 ‘험지’ 출마 권유를 뿌리치고 ‘마이 웨이’를 택했다는 점도 부담이다.

차기 대선에서 대구경북(TK) 지역 ‘적자(嫡子)’를 노리는 김 전 지사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대구 수성갑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에게 밀리는 여론조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당선되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지만 패배하면 TK를 야권에 뺏겼다는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렵다. 김 전 지사는 “갈수록 대구 정서와 맞지 않는 더민주당 행태가 보이지 않느냐”며 “대구 정서를 점점 더 익히고 있기 때문에 (지지율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찬욱 기자 song@donga.com

[문재인]화려한 복귀냐 정계은퇴냐, 극과극 갈림길

“(총선 다음 날인) 4월 14일 문재인 전 대표는 다시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다. 박수와 함께 화려하게 복귀하거나, 아니면 정계 은퇴를 선언하거나.”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대표직에서 물러나 경남 양산 자택에 머물고 있는 문 전 대표의 향후 행보에 대해 더민주당 당직자가 한 얘기다. ‘백의종군’을 선언한 문 전 대표는 지역구 출마 대신 전국을 누비며 지원 유세를 할 가능성이 높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도 “문 전 대표는 지역을 돌면서 유세하는 게 총선 승리에 보탬이 된다”고 했다.

더민주당이 총선에서 여당의 과반 의석(150석)을 저지하고, 현재 의석수(109석) 이상을 얻는다면 문 전 대표는 ‘화려한 복귀’를 하게 된다. 이 경우 문 전 대표가 영입한 외부 인사 20여 명도 상당수 국회에 입성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친노’(친노무현) 세력에 확실한 ‘친문’(친문재인) 세력까지 생기는 셈이다. 내년 대선을 향한 행보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당의 과반 의석 확보를 막지 못한다면 그의 정치 생명도 사실상 종지부를 찍을 수밖에 없다. 패배의 원인이 된 ‘야권 분열 책임론’이 문 전 대표에게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그 자신도 이미 ‘정계 은퇴’라는 배수진을 쳤다. 야권 관계자는 “대표직 사퇴 이후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이 오르고 있는 상황을 얼마나 표로 결집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안철수]대권 바라보는 ‘강철수’ 호남당 극복이 관건


창당 직전인 지난달 말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소명(召命)’을 이야기했다. ‘제3당 창당 작업이 재미있느냐’고 묻자 그는 “한국 정치 발전을 위한 소명이라고 생각한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말했다. 과거 다소 유약해 보였던 것과 달리 표정은 무척 단호했다. ‘재미’라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였다.

그만큼 국민의당이 총선 뒤 국회에서 최소한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는 제3당으로 자리 잡느냐는 안 대표에게 정치적 명운이 달린 일이다. 현재로선 안 대표가 다시 야권 대선 후보가 될 수 있느냐보다 더 중요한 일이다. 안 대표의 한 측근은 “안 대표는 자신이 2017년 대선 후보가 되지 않아도 좋다는 생각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총선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얻지 못하면 자신의 대권 꿈은 일장춘몽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안 대표의 배수진이기도 하다.

국민의당이 총선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얻으려면 ‘호남당’이 아닌 전국정당의 모습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방법론을 놓고 당내 의견은 엇갈린다. 의원들은 호남에선 더불어민주당과 경쟁이 가능하지만 수도권에서는 야권 후보 간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국민의당이 ‘호남+여당 지지층 일부와 무당층’을 흡수하면 1여 2야 구도에서도 수도권에서 승리가 가능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실패하거나 성공하더라도 간신히 20석에 턱걸이하는 수준의 호남당에 그친다면 안 대표는 거취를 심각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김종인]‘109석 사수작전’ 성공 땐 킹메이커 발돋움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겸 선거대책위원장의 직함이 12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로 바뀌었다. ‘제1야당의 수장’ 자리를 공고히 한 것이다.

문재인 전 대표의 선대위원장 제안을 수락해 당에 들어온 뒤 한 달여 동안 그는 당을 완전히 장악했다. 소속 의원들의 연쇄 탈당으로 흔들리던 당을 안정시키고, 곧바로 정장선 총선기획단장,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 등을 발 빠르게 임명하며 당을 총선 체제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최재성 전 총무본부장, 노영민 의원 등 친문재인계 인사들은 철저히 배제했다. 당 운영과 총선 지휘의 전권을 쥐게 된 만큼 총선 결과는 오롯이 김 대표 몫이 될 수밖에 없다. 김 대표는 이번 총선 승리 기준을 “현행 의석(109석) 이상 획득”이라고 했다. 만약 109석 이상을 획득할 경우 그는 내년 대선 레이스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한 중진 의원은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 저지를 통해 정권 교체의 기틀을 만들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현재 의석에 크게 못 미치거나 국민의당 의석에 밀릴 경우 그의 역할은 더이상 없다. 당 관계자는 “총선에서 패배한다면 친노(친노무현)·486 세력 등의 반격이 거세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 전문가’를 자임하며 여야를 넘나들었던 그의 정치 이력도 사실상 종지부를 찍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천정배 김한길]千, 수도권 출마설… 金, 야권재편 큰그림


국민의당 천정배 공동대표와 김한길 선거대책위원장에게는 이번 총선이 마지막 승부처다. 당 전체의 총선 결과뿐만 아니라 각자의 총선 결과도 두 사람의 미래를 좌우할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탈당 전 “원내교섭단체(20석) 정도의 인원이 탈당할 것”이라고 자신했던 김 위원장으로선 아직까지는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이다. 12일 현재 국민의당 현역 의원은 17석에 머물러 있다. 일부 여론조사 결과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광진갑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지 못하는 것 또한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당 내부적으로는 아직까지 ‘3자 필승론’에 기울어진 듯한 안철수 공동대표를 설득해 총선 전에 수도권이라도 야권 연대를 이루는 게 선결 과제다. 그래야 번듯한 제3당이라는 기반을 갖게 될 확률이 높아지고 총선 이후 야권 통합을 주도할 수 있게 된다. 더 중요한 문제는 자신의 당선이다. 낙선하게 된다면 총선 이후 그려질 야권 정계개편에서 김 위원장의 자리는 찾기 힘들어지게 된다.

천 공동대표는 사실상 광주전남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자신의 바람대로 ‘뉴 DJ’들을 모아 더민주당과의 호남 결전을 승리로 이끈다면 ‘호남’ 대표 주자의 입지가 한발 앞으로 다가올 수 있다. 다만, 당내 일각에서 나오는 ‘광주에서 재선(再選)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회의론이 그의 정치 행보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천 공동대표 측은 강력히 부인하지만 그의 수도권 출마설이 야권에서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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